수색~광명·대전~김천구미 혼잡 되레 가중남부내륙철 부실 메워야… 결국 제로섬
  • ▲ 평택~오송 선로 확장사업 노선도.ⓒ연합뉴스
    ▲ 평택~오송 선로 확장사업 노선도.ⓒ연합뉴스

    '김경수 KTX'로 불리는 남부내륙철도가 혈세 퍼주기와 건설부채 덤터기 논란에 휩싸였다. 적자가 불가피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나마 함께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면제 대상 사업에 포함된 평택~오송 복복선화가 중화제 역할을 해 고속철도 채산성을 제로섬으로 맞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평택~오송 복복선화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평택~오송 구간을 4차선으로 확장하면 병목 현상이 풀려 열차 운행엔 숨통이 트인다. 하지만 신규 차량 구매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택~오송 복복선화는 경부·호남고속철도가 합류하고 KTX·SRT가 교차하는 병목 구간(45.7㎞)에 고속철도 복선을 추가로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3조1000억원 규모다.

    애초 이 사업은 현대산업개발이 4조원대 민간투자사업을 제안했으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에서 경제성 분석(B/C)이 0.33에 그쳐 좌초됐다. 100원의 돈을 썼는데 그로 인해 얻는 편리함이나 유익함은 33원에 그친다는 얘기다. B/C는 1.0보다 커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9월 전 구간을 지하화하는 방식으로 사업계획을 새로 짜고 예타를 신청했다. 기존 고속철 선로의 지하 40m에 선로를 깔면 토지보상비 3000억원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국토부가 사전타당성 조사를 통해 자체 분석한 B/C는 1.17이었다.

    하지만 예타 통과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지난해 중간점검에서 B/C가 잘 안 나온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사업계획 변경에도 예타 통과가 난항을 겪는 와중에 정부가 예타 면제 카드를 꺼낸 셈이다.

  • ▲ 경남도청 입구에 걸린 남부내륙철도 예타 면제 환영 펼침막.ⓒ연합뉴스
    ▲ 경남도청 입구에 걸린 남부내륙철도 예타 면제 환영 펼침막.ⓒ연합뉴스
    철도업계에선 평택~오송 복복선화가 남부내륙철도의 부실을 막아주는 완충재 역할을 할 거라는 견해가 많다.

    한 철도전문가는 "이번에 평택~오송 사업이 같이 선정되지 않았으면 안 됐다"고 강조했다. 퍼주기 논란에 적자가 불 보듯 뻔한 남부내륙철도 부실을 막을 방법이 없었을 거라는 설명이다. 철도전문가는 "지금도 평택~오송 구간은 흑자 구간인데 이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남부내륙철도 적자를 평택~오송 흑자 구간에서 메워주면 전체 채산성은 제로섬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 ▲ KTX산천-SRT.ⓒ연합뉴스·SR
    ▲ KTX산천-SRT.ⓒ연합뉴스·SR
    아이러니는 선로용량은 2배로 증가하지만, 정작 열차는 15편성 늘어나는 데 그친다는 데 있다. 병목 해소로 운행횟수를 늘리고 대기시간을 줄여 고속철도 서비스를 향상한다는 사업 취지와는 역설이다.

    평택~오송은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철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구간이다. 선로용량은 포화상태다. 선로용량은 하루에 투입할 수 있는 최대 열차 운행횟수를 말한다. 이 구간 선로용량 한계는 편도 기준 하루 총 190회다. 안전 여건 등을 고려할 때 하루 176~186회 운행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열차 운행횟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116회, ㈜에스알(SR) 60회 등 총 176회다. 안전 운행을 생각할 때 선로용량이 포화상태나 다름없다.

    평택~오송 복복선화가 이뤄지면 이 구간 선로용량은 380회가 된다. 선로용량에 여유가 생기므로 남부내륙철도에도 고속철을 추가 투입하는 데 부담이 없다.

    그러나 투입할 열차가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국토부는 예타 통과를 위해 사업비를 감축했다. 토지보상비에 이어 열차 구매 규모도 20편성에서 15편성으로 줄였다. 10량짜리 1편성을 투입하는 데 300억원 이상이 들므로 사업비 1500억원쯤을 추가로 줄인 것이다.

    현재의 평택~오송 복복선화는 고속도로로 치면 정체가 심해 2차선을 4차선으로 넓혔는데 차량은 찔끔 늘어나는 데 그쳐 시설을 놀리는 셈이 된다. 철도전문가는 "현재 고속철도 차량이 130편성쯤 있는데 재정 당국(기획재정부)은 기껏해야 추가로 20~30편성을 사주고 말 것"이라며 "철도운영사가 자비로 열차를 더 사면 되지만, 공기업 예타를 통과해야 하고 통과가 쉽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재정 당국은 고속열차 구매에 후한 편이 아니다. 홍순만 전 코레일 사장이 2017년 낡은 KTX를 교체하려고 차량 24편성 구매를 추진했지만, 예타 문턱을 넘지 못했다. SR도 출범 이후 정부가 사준 열차는 22편성뿐이다. 추가 10편성은 서비스 확대를 위해 SR이 자체적으로 사들였다. 그나마 SR은 기타 공공기관이어서 열차 신규 구매 시 국토부 심사를 받으면 됐다. 올해부터는 준시장형 공공기관이 돼 코레일처럼 기재부 심사를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예타 면제라는 마술을 부려 평택~오송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놨지만, 차량 구매 예타라는 새 장애물과 맞닥뜨린 셈이다.
  • ▲ 서울역.ⓒ연합뉴스
    ▲ 서울역.ⓒ연합뉴스
    수색~광명, 오송(대전)~김천구미 구간의 병목과 혼잡도 풀어야 할 과제다.

    철도업계에선 고속열차와 수도권 전철, 일반 열차가 함께 쓰는 수색~광명 구간이 제2의 병목 구간이라고 지적한다. 이 구간 혼잡을 풀지 않으면 서울·용산역에서 출발하는 고속열차 운행을 더 늘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평택~오송 구간 복복선화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수색~광명 고속철도 전용선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적자 구간으로 불리는 오송역 이남 구간도 평택~오송 사업으로 혼잡이 가중될 것으로 보여 대책이 필요하다. 한 철도전문가는 "앞으로는 대전~김천구미 구간 운행이 빡빡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이 구간도 복복선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