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서 3번째 의심 신고… 48시간 이동중지, 민족대이동과 겹쳐전국 가축시장도 폐쇄… 내달 2일까지 백신 접종 완료
  • ▲ 축사시설 방역.ⓒ연합뉴스
    ▲ 축사시설 방역.ⓒ연합뉴스
    방역 당국이 설 연휴를 목전에 두고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에 일시 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을 발동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일각에선 4800만명 이상의 민족대이동을 앞둔 특수한 시기를 고려할 때 반 박자 느린 뒷북 행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잠복기를 생각했을 때 위기경보 단계 격상이나 이동중지명령이 반 박자씩 앞섰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1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달 2일 오후 6시까지 48시간 동안 전국에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렸다.

    농식품부는 이날 충북 충주시의 한우농장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긴급 방역대책회의와 가축방역심의회를 잇따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하루 만에 경기지역에서 인접한 충북지역으로 구제역이 확산하자 상황을 위중하게 판단한 것이다.

    이날 충주시 한 한우농장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를 했다. 키우던 소 11마리 중 1마리가 침 흘림 증상을 보여 구제역이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다. 현장 간이검사 결과 앞서 경기 안성시에서 발생한 혈청형과 같은 'O형' 구제역으로 나타났다. 방역 당국은 현재 확진 판정을 위해 정밀검사를 벌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일시 이동중지명령 발동과 함께 전국의 모든 소·돼지 등 우제류 가축시장을 3주간 폐쇄했다. 폐쇄 기간 가축시장 내외부와 주변 도로는 매일 소독할 예정이다.

    전국 모든 소·돼지에 대해선 다음 달 2일까지 긴급 백신 접종을 마칠 방침이다.

    전국의 우제류 축산농가 모임도 금지했다. 거점소독시설 설치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설 명절을 앞두고 구제역이 더는 확산하지 않게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시점을 확산을 막기 위한 최후의 골든타임으로 인식하고 방역의 배수진을 친 것이다.
  • ▲ 구제역 방역.ⓒ연합뉴스
    ▲ 구제역 방역.ⓒ연합뉴스
    그러나 일각에선 방역 당국의 대응이 반 박자 늦은 뒷북 행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음 달 2일 오후까지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렸지만, 사실상 1일부터 민족대이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한국교통연구원을 통해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 예상 이동인원은 총 4895만명이다. 하루 평균 이동인원은 699만명으로 지난해 689만명보다 1.5%(10만명) 늘었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14일에 달한다. 이미 바이러스가 확산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 연휴와 겹치지 않게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29일 경기 안성시 금광면의 젖소농장에서 올 들어 첫 구제역이 발생하자 발생 농가로부터 반경 3㎞ 이내를 방역대로 설정하고, 농가 89곳의 소·돼지 4900마리에 대해 백신을 긴급 접종하는 등 방역에 돌입했다.

    하지만 같은 날 11.4㎞ 떨어진 안성시 양성면의 한우농장에서 추가 의심 신고가 접수됐고,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의 정밀검사 결과 구제역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일각에선 농식품부가 구제역 바이러스의 잠복기와 설 연휴를 앞둔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좀 더 발 빠르게 대처했어야 한다는 견해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확인된 시점에서 즉시 위기경보 단계를 올리고, 다음 날 혈청형이 같은 'O형' 구제역으로 판정됐을 때 과감하게 36시간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지난 2017년 2월28일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확산할 것으로 우려되자 36시간 동안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린 바 있다. 농식품부의 대응이 반 박자만 빨랐어도 민족대이동 시기와 겹쳐 이동중지명령을 발동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거라는 의견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