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브로커 국내 업체 상표 선점 피해 당했지만… "현지업체에 9억5000만원 지급해야"
  • 설빙 로고.
    ▲ 설빙 로고.

    국내 디저트 프랜차이즈 설빙이 이른바 중국 '짝퉁' 브랜드 때문에 9억5000만원에 이르는 돈을 물어낼 상황에 처했다. 중국에 마스터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진출했지만, 이미 중국 당국에 등록된 설빙 상표 때문에 현지 업체가 설빙으로 장사를 할 수 없었다고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앞서 1심에서 재판부는 설빙이 유사상표의 존재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인정되고, 설빙이 유사상표에 대한 문제가 없다는 보장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설빙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그러나 2심에서 재판부의 결정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설빙이 유사 상표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설빙은 "2심 결과에 대해 어느 것도 인정할 수 없어 대법원 상고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다중디엔핑 어플 내 ‘설빙 신촌점’ 노출 화면. 국내 업체 설빙은 중국 내에서 인기가 많다. ⓒ설빙
    ▲ 다중디엔핑 어플 내 ‘설빙 신촌점’ 노출 화면. 국내 업체 설빙은 중국 내에서 인기가 많다. ⓒ설빙
    사실 설빙이 유사 상표 문제를 인지했는지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설빙이 중국 상표 브로커의 국내 상표 선점 피해자라는 점이다.

    앞서 '짝퉁' 설빙이 가져온 논란으로 이미 중국 상표 브로커에 대한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이들은 주로 인기가 높아진 국내 기업의 브랜드를 중국에 먼저 등록한 뒤, 이를 약 3만 위안에서 6만 위안 위안, 우리 돈 500만~1000만원에 구입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청에 따르면 이같은 중국 상표 브로커 선점 상표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14년 143건이던 상표브로커 선점 상표수는 지난해 723건으로, 불과 4년만에 5배 이상 크게 늘었다. 지금까지 적발된 피해현황(2962건) 중 식품·프랜차이즈가 34% 수준인 1021건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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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지재권분쟁정보포털
    피해 사례가 늘자, 지식재산권 분쟁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상표브로커 피해사례 중국 출원 행정상태 현황을 살펴보면 무효 처분을 받은 것은 11건 뿐이다. 아직 720건이 출원 상태고, 등록된 건은 1200건에 이른다. 등록 취소의 경우는 7건 뿐이다. 현재 이의신청 중인 건은 106건, 무효 심판중인 건도 30건에 이른다.

    중국에서는 먼저 상표권을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주는 '선출원 우선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악용하면 국내 업체의 상표권 선점은 상당히 쉽다.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해당 국가의 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이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특허청에서는 국제 지재권 분쟁 예방 컨설팅, 지재권 소송보험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 IP분쟁대응기반 구축, K-브랜드 보호지원 등에도 나섰다.

    지재원은 "중국은 전세계 모조품의 최대 생산지이자, 모조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이라며 "해외 진출(예정) 우리기업 중 특허, 상표 등 해외 분쟁을 겪고 있거나 분쟁이 예상되는 기업 간 공동대응 체계 마련을 통해 비용절감 및 분쟁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설빙은 대표적인 중국 상표 선점 피해업체일 뿐, 많은 중소 업체들이 이같은 피해에 휘말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2,3의 설빙이 나타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꾸준한 문제 제기에도 여전히 국내 업체의 소중한 상표권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의 상표권 선점, 특히 중국의 경우에는 대응이 쉽지 않아 우려가 크다"며 "소중한 국내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의 지원을 적극 이용하고, 피해가 발생하기 전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