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자격 없다" vs 與 "투기 아니다"
  • ▲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연합뉴스
    ▲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연합뉴스
    25일 진행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는 그동안 제기됐던 다주택 소유와 투기 의혹, 딸·사위 꼼수 증여 논란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다주택 보유는 실거주와 매각 의사의 진정성, 증여는 시점이 논란이 됐다.

    야당은 서민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서 부적절하다고 공격했고, 여당은 투기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옹호하고 나섰다.

    김해신공항 건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스알(SR) 통합 등 민감한 교통현안에 대해선 앞으로 장관이 되면 자세히 검토하겠다는 선에서 즉답을 피해 나갔다.

    ◇장관 후보자 통보받고 졸속 꼼수 증여 논란

    야당 의원은 최 후보자가 경기 성남 분당 아파트를 딸과 사위에게 증여한 것을 두고 다주택자라는 질책을 잠시 피하려는 꼼수라고 질타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최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급히 딸과 사위에게 아파트를 증여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최 후보자는 분당 아파트를 2월18일 증여했다고 답했는데 장관 후보자라고 통보받은 건 이보다 앞선 1월20일쯤"이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청와대는 인사검증 서류를 통해 최 후보자가 아파트 3채를 가진 다주택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강조한 뒤 "인사검증 과정에서 청와대가 인사청문회나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어려우니 쪼개기 증여 등 부담이 있더라도 1채를 처리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청와대 인사검증을 비판했다.

    민 의원은 꼼수 증여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민 의원은 "월세계약서를 보면 증여받은 사람 서명란에 '윤미'라고 적혔다"며 "이는 계약서를 최 후보자가 직접 작성한 뒤 딸에게 서명하라고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민 의원은 "최 후보자는 자신의 아파트를 딸과 사위에게 50대 50 비율로 증여했지만, 월세계약서는 딸하고만 맺었다"며 "딸이 51% 지분이 있어 위임을 받았다면 모르지만, 이는 무효계약에 해당하는 위법이며 대국민 사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은 "증여 시점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것을 알고, 그나마 3주택을 2주택으로 줄이는 게 낫겠다 싶어 한 것 같다"면서 "딸과 사위에게 공동 증여했는데 결과적으로 증여세를 절감했다"고 부연했다.

    ◇김현미 장관이 나와(?) 최정호 후보자 발목을

    이날 인사청문회에선 다주택자는 집을 팔라고 말하는 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인터뷰 동영상이 참고자료로 등장해 최 후보자를 더 곤혹스럽게 했다.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은 "동영상에서 김 장관은 서민은 평생 살아도 집 1채 못산다고 하는데 (최 후보자는) 3채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최 후보자는) 서울 송파구 잠실과 경기 분당의 아파트를 공통되게 주미대사관 등으로 외국에 나가기 전 투기 또는 투기과열지역에서 샀다"며 "세종시 펜트하우스의 경우 차관 시절이던 2016년 11월 6억8000만원이던 분양권이 2017년 5월 인근 아파트 펜트하우스 실거래가 기준으로 12억원이 됐다. 보유했던 3채에서 발생한 시세차익이 23억원쯤이다. 실주거보다 시세차익을 노린 절묘한 투자가 아니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김 장관은 서민은 평생 집 1채 갖기도 어렵다며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고 했다. 최 후보자도 모두발언에서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아직 쪽방, 비닐하우스를 벗어나지 못한 주거 취약계층이 많다고 했다"며 "3채나 보유했던 것을 실거주로 볼 수 있는지, 서민 주거안정을 책임질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주거정책을 잘 펼 수 있겠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박덕흠 의원도 "아파트 3채를 갖고 있는데 모두 투기 관련 지역이다. 국토부 차관까지 지낸 분이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과 정반대 길을 걸어왔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2003년 장관 비서관 시절 잠실 아파트를 취득했는데 재건축 사업시행인가가 확실한 아파트를 골라 투기 목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 후보자는) 2008년 분당 아파트를 팔고 잠실로 이사하려 했으나 부동산 시장이 안 좋아 처분이 힘들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때 매매가 많이 됐다. 말이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은 "세종 아파트의 경우 2차관 때 경쟁률 15대 1을 뚫고 당첨됐다. 운이 좋았던 건지, 2차관이라 된 건지 모르겠다"면서 "당첨되자 7억원 이상 시세차익이 났다. 후보자 해명과 달리 국민 눈높이에서 투기목적으로 보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 ▲ 답변하는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연합뉴스
    ▲ 답변하는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연합뉴스
    ◇최 후보자 "꼼수 증여 의혹 아파트 작년 11월 매물로 내놔"… 여당도 지원사격

    여당은 최 후보자를 옹호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은 "다주택이나 증여 등은 할 수 있다. 잘못 아니다. 팔았으면 또 뭐라 했을 것"이라며 "(투기라면) 집값이 올랐을 때 팔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 (팔지 않았다)"고 다주택 보유가 투기 목적이 아니었음을 두둔하고 나섰다.

    같은 당 강훈식 의원도 "다주택 보유 문제보다 소위 갭투자로 수익을 냈다면 문제"라며 "(하지만) 행정고시 통과 후 10년이 지나 첫 주택을 마련했고, 2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증여했다. 다주택자로서, 투기로 실제 돈 들어온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강 의원은 "평소 다주택 보유에 대해 부담이 있었고 처분해야 한다는 소신이 있었다면 보유하거나 청문회 이후 판다고 했어야 한다"면서 "청문회 과정에서 증여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관석 의원도 "주택을 장기 보유했으므로 갭투자는 아닌 것 같다"면서 "높은 경쟁률의 세종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도 경쟁률은 금융기관 등에서 시스템적으로 관리되는 거라 따지고 보면 문제 될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분당 아파트는 장관 후보자가 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이미 처분하려고 내놓았던 상황이었다. 오래전부터 다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이 있었으나 매각이 이뤄지진 않았다. 장관 후보자가 되면서 이른 시간 내 떳떳함을 갖고자 증여라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라며 "세종 아파트도 완공되면 실거주하려고 했다. 부동산 보유 등과 관련해 국민께 심려 끼쳐드려 송구스럽다. 장관이 되면 질책을 거울삼아 서민 주거복지 확대에 힘쓰겠다"고 해명했다.

    최 후보자는 다주택 보유와 관련해 내로남불 식의 답변으로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최 후보자는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의 "(문재인 정부 들어) 다주택 보유는 죄라는 인식에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잠실 아파트는 살지도 않으면서 전세만 16년이나 놓았다. 16년간 집이 안 팔렸나. 사는 집 아니면 다 팔라는 정부 기조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에는 "처분 기회를 놓쳤고 잘못한 부분"이라고 했다.

    이에 이 의원은 "다주택 보유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왜 20년 동안 다주택을 보유했느냐"고 쏘아붙였다. 이 의원은 "16년 이상 살지 않은 집을 처분하지 않은 분이 실소유 보유자가 아닌 사람에게 철퇴를 내리고 단죄를 하고 범죄자 취급하는 기관 수장이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일각에서 최 후보자의 세종 아파트 분양권을 소유한 주택과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도 "본인은 분양권은 소유권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장관이 된다면 분양권도 소유권과 똑같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모순이다"고 지적했다.

    ◇김해신공항 건설·코레일-SR 통합 논란은 즉답 피해

    교통분야에선 김해신공항 건설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스알(SR) 통합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국토부는 자기가 결정하면 잘못된 정책도 다 맞다고 본다"며 "김해신공항은 미국 연방항공청 자료를 참작하면 브이(V)자 형태로 1개 활주로를 추가해도 처리용량이 2배가 되는 게 아니라 20% 증가하는 데 그친다. 주변에 돗대산이라는 산악장애물이 있고 군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 세금 낭비다. 재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바른미래당 주승용, 민주당 강훈식·안호영 의원 등은 SR 출범 때 최 후보자가 철도정책관으로서 업무를 주관했다며 코레일과 SR 통합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최 후보자는 휘발성이 강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 교과서적인 답변으로 즉답을 피했다. 최 후보자는 김해신공항과 관련해 "지역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 부·울·경 검증결과가 곧 발표되는 것으로 안다. 자료가 제시되면 자세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코레일·SR 통합에 대해서도 "찬반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거로 안다. 어떤 방법이 철도안전을 공고히 하고 이용객 편의를 높일 수 있는가 근본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