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산그룹, 청산강철과 부산시에 생산공장 건설 추진 지난 7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현재 3805명 동의포스코 노조·포항시 등 업계·지자체 반발도 날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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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청산강철의 국내 스테인리스 공장 건설을 두고 포스코 등 국내 철강사의 반발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업계 최초로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면서, 청산강철의 국내 시장 진입을 둘러싼 진통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부산에 중국철강기업의 유치를 반대합니다'란 청원이 올라왔다. 어느 산업보다 보수적인 철강업종에서 국민청원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제보자는 "부산시에서 중국 청산강철과 길산스틸의 합자법인의 국내 공장에 대한 승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한민국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우는 철강업에 지방자치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중국기업이 시장 진입하려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10여년전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인기에 치중해서 단순 수치상의 신규고용, 지역 세수확대라는 허울에 갖히지 말고 국가차원에서 검토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라고 덧붙였다.

    제보자는 특히 부산시의 행태에 대해 맹렬하게 비난했다.

    그는 "철강업은 대표적인 기간산업의 하나로 국가의 산업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산업"이라며 "자동차, 가전, 건설에 걸쳐 전반적인 산업에 대해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산업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 지방자치제도하에서 지방세수의 확대와 신규고용확대라는 허울앞에서 중국에 자국산업의 기반이 흔들리는것을 감수하면서도 허가를 내 주려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청원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를 모토로,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은 2017년 8월 17일 신설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광장 내 게시판이다.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의 경우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들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본 청원은 3805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며, 만료기한은 오는 7월 7일까지다.

    국내 1위 스테인리스 파이프 제조사인 길산그룹은 중국 청산강철과 50대 50 지분 투자로, 부산 미음공단 외국인 투자지역에 연산 50만톤 규모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중순 중국 현지에서 투자 관련 MOU를 체결했으며, 3월 말 부산시에 투자의향서를 접수했다. 4월 말 청산 CEO 면담과 청산 공장 현장실사를 완료했으며, 부산시와 길산그룹 및 청산강철 간의 MOU 체결을 앞두고 있다.

  • ▲ 10일 경북 포항시청에서 이강덕 포항시장(가운데)을 비롯해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경북동부경영자협회, 한국노총포항지역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포항지역본부, 포스코노동조합 관계자가 중국 청산강철 부산 투자 재검토를 촉구하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10일 경북 포항시청에서 이강덕 포항시장(가운데)을 비롯해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경북동부경영자협회, 한국노총포항지역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포항지역본부, 포스코노동조합 관계자가 중국 청산강철 부산 투자 재검토를 촉구하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업계는 중국 철강사의 국내 진출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경북 포항시와 포항상공회의소, 포스코 노동조합 등은 지난 10일 오전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청산강철 부산 냉연공장 투자와 관련 “전면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중국 스테인리스강 메이커인 청산강철그룹이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출판로 확보를 위한 우회 투자처로 한국진출을 모색하면서 대규모 냉연공장 건설을 위해 지난 5월27일 부산 미음공단 외국인투자지역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며 "이에 포항시와 지역경제계, 노동계는 국가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공동으로 투자유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강덕 포항시장 또한 "청산강철의 냉연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국내에서 수출될 경우 EU와 미국 등 국가의 한국 수출 쿼터를 소모하고 한국은 우회수출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추가 무역제제 확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청산강철 투자 유치를 전면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한국철강협회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철강협회는 "청산강철의 한국 내 생산 거점 마련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스테인리스냉연 업계는 고사되고 실업률 상승 등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기존 산업 및 고용 구조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철강협회는 "신규 투자유치에 따른 고용창출(500명)보다 기존 국내 동종업계(총 고용인원 약 5000명) 가동 중단에 따른 대규모 실직 타격이 커 모든 면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다"며 "자동차 및 전자 등 국내 핵심 수출산업에 필수 소재를 공급하는 스테인리스강 업계에 해외 경쟁 업체가 지배자적 위치를 차지할 경우 한국 제조업의 안정적 발전에 위협요소로 대두될 가능성 상존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같은 사유로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계는 부산시에 청산강철 부산 공장 투자 건 검토 백지화를 촉구한다"라며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