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 규제, 전방산업 위축시 공급차질국내 반도체 불확실성 확대 직간접적 피해정부, 3000억 추경… 소재 국산화 추진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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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의 3대 핵심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국내 소재 및 장비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소재 및 장비 업계 역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에서 비껴간 일부 업계 역시 국내 반도체 산업 위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마냥 안도할 수만도 없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 규제는 수급에 절대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파장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필요한 포토리지스트(감광액),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했다.

    여기에 집적회로(IC), 전력반도체(PMIC), 리소그래피 장비, 이온주입기, 웨이퍼, 블랭크 마스크 등은 일본의 추가 규제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의 제재로 해당 품목의 수출을 위해서는 현지 당국에 허가 신청 및 심사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이 절차는 90일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주일 정도가 걸렸던 이전과 비교하면 제품 수급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고수준은 2~3주 가량으로 파악되는데 이번 규제로 생산차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반도체 업계의 경우 이들 품목에 대한 일본의 의존도는 높다. 실제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입 의존도는 93.7%, 포토레지스트 91.9%, 에칭가스는 43.9% 에 달한다.

    특히 포토레지스트와 에칭가스의 경우 500번이 넘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제품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공정에서, 에칭가스는 반도체 회로를 식각할 때 사용되는 원료다. 

    삼성전자는 최근 7나노 EUV 공정을 앞세워 글로벌 주요 팹리스 업체들의 반도체를 수주하면서 비메모리 확장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번 수출규제가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공정에도 향후 EUV 도입을 계획하고 있어 국내 반도체산업이 전반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방기업들의 불확실성은 협력사인 반도체 장비업계에도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는 모습이다. 소재 수급의 문제로 반도체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면 투자 축소로 이어지게 되고, 이 경우 장비업체의 수주도 제한이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국내 유일의 웨이퍼 생산 업체다. 이 업체의 경우 웨이퍼 생산 공정 중 에칭가스를 사용하는데 일본 제품 비중이 높다. 이에 따라 일본 수출 규제 사태를 우려깊은 시선으로 지켜보는 상황이다. 

    에칭가스의 재고는 2~3개월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자칫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등 제3국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일본 제품의 경우 품질 수준이 높아 이와 유사한 제품 찾기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은 재고가 있어서 괜찮지만 수출 심사 기간이 길어진 만큼 생산차질 없이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중국 등 타 국가 업체들도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곳들이 있지만 순도 등 검증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업체들도 전방산업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결국 전방기업의 생산이 위축되면 그 외 소재들도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삼불화질소(NF3)를 생산하는 SK머티리얼즈와 효성화학은 당장 큰 영향은 없지만 간접적인 영향은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비 업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 감소는 재료업종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며 "국내에도 EUV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지만, 생산 단계에 돌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소재업계의 경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제조업체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사업 확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국산화를 위한 지원이 예상되고 있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추진사업을 중심으로 최대 3000억원 수준의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 과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일본 수출규제 3대 품목 및 추가 규제 예상 품목을 중심으로 기술개발, 상용화, 양산단계 지원 등을 추경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성능평가 지원과 제조장비실증 관련 사업, 추가 수출규제 가능성이 큰 소재부품 얼라이언스 장비 구축 등에 최대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재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출규제 이슈는 오히려 업계에 기회로 올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전방산업의 생산량이 줄어 타격을 입겠지만, 정부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향후 품목 다양화로 인한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