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시간 노동자만 늘어"… "국세도 카드 수수료 면제 필요"노동부, 최저임금 2차 현장간담회… 뒷북 전시행정 지적도
  • ▲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자영업자 간담회.ⓒ연합뉴스
    ▲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자영업자 간담회.ⓒ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2.9% 오른 내년도 최저임금과 관련해 영향을 많이 받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이어갔다. 편의점·음식업 등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업종·지역별 차등적용 필요성을 거듭 요구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려고 전시행정을 펼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26일 서울 서초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실에서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과 관련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표와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는 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와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 김운영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 김형순 외식업중앙회 서울 중구지회장, 배재홍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본부장, 성인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대표, 유기준 한국주유소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노동부는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과 음식업 등을 중심으로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자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87%(240원) 오른 8590원(월환산액 179만5310원)이다.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에게 주는 주휴수당 1728원을 포함하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318원이 된다. 사업장 종류와 상관없이 전국 모든 사업장에 똑같이 적용한다.

    이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22~25% 수준이던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지난해 19%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임금분배구조가 개선되는 성과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주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듯 사업주가 느끼는 부담을 덜어드리는 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정부는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수수료·임대료 인하 등 총 5차례에 걸쳐 대책을 마련했다"며 "대책이 현장에 적용되는 데 시차가 있어 체감하는 효과가 정부 기대와 다른 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만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뒷북 전시행정을 펼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달성을 위해 급격한 최저임금이 불러올 부작용은 도외시한 채 정책을 밀어붙이고는 반대·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혈세로 일자리안정자금을 주는 등 그동안 최저임금 관련 행정이 주먹구구로 이뤄져 왔다는 지적이다.

    이날 이 장관은 "이번에 (최저임금위원회가) 인상률을 2.87%로 정한 것은 노동자 생활 안정과 최저임금에 따른 경제·고용 상황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전문가와 경영계에선 내년 선거를 앞두고 최저임금 인상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와 여당에서 최저임금위에 사실상 소폭 인상의 지침을 줬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정부가 최저임금위의 독립성을 훼손한 거나 진배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소상공인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 2년간 30% 가까이 최저임금이 올라 2.87% 올라도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감은 적지 않다"면서 "(정부가) 주휴수당이나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 강력한 의지가 없는 한 간담회는 일회성 보여주기 쇼에 불과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순 지회장은 간담회에서 "최근 직장 회식 감소 등으로 외식업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사업주 부담 완화를 위해 최저임금 업종·지역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자리안정자금보다 사업주 자생력을 키울 수 있게 경영자금이나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기준 협회장은 "주휴수당 지급, 사회보험 가입 부담으로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고용이 늘고 있다"며 "제도적 개선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 참석자들은 카드 수수료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성인제 공동대표는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정책으로 부담이 줄어들긴 했으나 연 매출 10억 미만에 대해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면서 "사업주가 카드로 지방세를 내면 수수료가 면제지만, 국세는 그렇지 않다. 국세와 세금 분할 납부도 수수료를 면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 지회장은 "카드로 세금을 내는 경우 한 번이라도 연체되면 카드 사용이 정지돼 음식자재 구매 등에 애로가 있다"고 호소했다.
  • ▲ 최저임금 관련 노동자와 간담회.ⓒ연합뉴스
    ▲ 최저임금 관련 노동자와 간담회.ⓒ연합뉴스
    한편 이 장관은 지난 24일 청년·여성·장년 노동자와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은 "장년 노동자는 최저임금 수준보다 고용안정과 일자리 확보가 더 중요하다"며 "사업주의 고용 여력 확보 등을 위해 장년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청년 대표는 차등적용에 반대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조위원장은 "음식·숙박, 도소매업에 집중적으로 취업하는 여성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초래된다"고 우려했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도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에서 기준임금으로 작용한다"며 나이별 차등적용에 반대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