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금리 예측·상품 설계부터 대란 시작 금융권도 철저한 리스크 검증과정 없이 판매손실 위험 외면 '수익률 5% 보장'에만 '솔깃'금융당국, 손실 직전까지 방관…책임론 부각
  • 최근 문제가 불거진 DLS 대란 우려는 정 반대의 글로벌 경기 예측 부터 위험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는 상품 판매까지 전 단계에 걸친 판단착오로 발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안일하게 금리 추이를 예상해 상품을 설계했고, 판매사(은행)는 '안전하게 5%의 수익을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 상품에 대한 리스크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

    금융당국 역시 사태가 커진 이후에서야 판매 과정에 대한 책임을 묻고, 오히려 공포감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업계로부터 나온다.

    시장 예측·설계 단계부터 위험 안고 있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제가 되고 있는 금리 연계 DLS는 독일 국채 10년물의 금리가 투자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는 구간까지 하락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올해 1월 해도 0.168%를 기록했던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두고 우리은행의 경우 -0.25% 이상을 지키면 연 4.2%의 수익을 제공하며 판매했지만 현재 -0.7% 아래로 내려가면서 원금 전액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원금손실 베리어 미만으로 하락하게 되면 하회폭에 손실배수 250을 곱한 만큼 원금 손실이 되기 때문에 -0.25%보다 0.4%포인트 이상 내려가면 원금 전액을 잃는다.

    오는 10~11월 대부분 만기가 돌아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정 금리 회복까지 시간이 촉박한 셈이다.

    오히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추세를 감안하면 독일은 물론 대다수 시장 금리는 상승보다는 하락 가능성이 더 높다.

    이번 DLS 대란은 여기에서 1차적인 판단 착오가 이뤄졌다.

    시장의 방향성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하고 베리어(기준선)를 설정했는데 예상구간을 훨씬 빗나간 수준까지 금리가 하락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상품을 설계한 이들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에서 금리를 기습적으로 내리는 바람에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됐다고 해명한다.

    반면 경기가 예측 불가능한 국면에서 안일한 베리어 설정에 대한 책임은 면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오히려 통상적으로 DLS에 비해 증권사에서 많이 판매하는 ELS가 원금손실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DLS 역시 상하로 기준선이 설정돼 있어 안전(원금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ELS의 경우 녹인구간에 진입한 상태로 만기가 될 경우 지수형은 지수인덱스, 종목형은 평가금액만큼 해당 종목으로 돌려받아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는 조건을 달지만 DLS는 만기 이후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특히 ELS는 기본적으로 경제는 성장하고 지수가 우상향한다는 점에 착안해 설계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사례가 없었지만 금리형 DLS의 경우 방향성을 쉽게 예측하지 못해 이번과 같이 단기간에 변동폭이 클 경우 위험성이 더 높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가 성장할수록 금리는 내려가기 때문에 금리는 궁극적으로는 계속 빠질 수 밖에 없다"며 "지수형 ELS 상품은 지수 상승시기를 통해 손실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데 이번 DLS는 극적인 금리 반전에 기대야 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오히려 더 높다"고 말했다.

    또 "지난 10년간 금리가 상승-하락-다시 상승 추세를 보고 상품을 만들었는데 잘못 예측했다"고 말했다.

    판매사, 리스크 가능성 외면하고 창구 출시

    이처럼 시장의 예측과 설계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 DLS 상품은 판매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난다.

    설계된 상품을 창구로 가져오는 회사들 역시 판매에 대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5대 시중은행 2곳에 8000억원에 달하는 판매금액이 몰린 반면 나머지 3곳의 판매는 미미했던 것은 검토 과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운용사 또는 증권사 등에서 파생상품이 설계되면 이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컴플라이언스 부서에서 법리적인 검토를 마친 이후 리테일 판매여부를 결정하는 상품검토위원회를 소집해 상품에 대한 수익성, 판매 목표량, 리스크 등 전부문을 들여다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린다.

    업계 관계자는 "대량으로 DLS를 판매한 두곳의 은행이 글로벌 금리 변동 가능성 등 리스크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지 않은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며 "두곳 모두 각 4000억원에 이르는 상품을 판 것은 표면적으로 5% 수준의 수익률에만 주목하고, 해당 상품이 실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전사적으로 판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같은 구조의 상품을 증권사와 KB국민은행 등의 경우 기초자산의 가치가 상승이 아닌 하락 시 수익이 나는 구조(리버스)로 바꿔 판매해 오히려 이익 구간에 진입 중인 것 역시 각 판매사 상품검토위원회의 역량 평가의 잣대가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에도 사후약방문

    일각에서는 이번 대란이 수면위로 드러난 이후에야 뒷북 대응에 나선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거론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권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해당 상품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밝히겠다고 나선 상태다.

    반면 여전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DLS 불완전판매 실태 현장조사를 진행해 문제가 되는 상품들을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은 이미 문제가 된 은행에 대한 미스터리쇼핑까지 나섰고, 특정 은행에 쏠림 판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못하고 사후 검사와 제재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