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유가 상승 불가피중국·일본·한국 등 동아시아 에너지 수입대국 타격장기화 여부는… 사우디 설비복구·美 군사행동에 달려
  • ▲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있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에서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 연기가 치솟고 있다.ⓒ리야드 로이터=연합뉴스
    ▲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있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에서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 연기가 치솟고 있다.ⓒ리야드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 2곳이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으면서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와 산업부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나라의 제1위 원유수입국으로 지난해 기준 국내 원유 도입량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전체 원유 수입의 75%를 중동에서 사온다. 다시 말해 사우디와 중동지역에서 사다쓰는 원유는 우리 경제의 생명줄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이번에 폭격을 맞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 생산업체이며 이윤도 많이 내는 사업자이다. 

    그런 아람코가 보유한 최대 석유 탈황·정제 시설인 아브카이크 단지와 인근 쿠라이스 유전이 폭격을 받으면서 설비가 파괴되고 하루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고,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우리 금융시장은 이번 사우디 유전 지대 타격은 1990년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원유시설이 파괴된 이후 최대 규모의 손실이라는 점에서 단기적인 국제 유가 상승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유가 상승이 얼마동안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기업들은 사우디 생산시설 복구 시기와 중동지역 내 지정학적 리스크 어느정도까지 올라갈것인지가 관건으로 보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우디 공격의 배후로 이란으로 지목하고 군사적 행동을 공언하고 있어 실제 군사 작전이 진행되면 중동발 수급 불안 장기화로 유가 급등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석유 시설과 유전이 지난 14일 예멘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되면서 16일 국제유가가 개장과 함께 20%가량 폭등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에서 직원들이 런던 ICE 선물거래소 브렌트유 가격 추이를 살피는 모습.ⓒ연합뉴스
    ▲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석유 시설과 유전이 지난 14일 예멘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되면서 16일 국제유가가 개장과 함께 20%가량 폭등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에서 직원들이 런던 ICE 선물거래소 브렌트유 가격 추이를 살피는 모습.ⓒ연합뉴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주재한 확대거시경제 금융회의 모두발언에서 "중동지역 불안이 확대해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원유 수급 상황 악화 시 정부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 비축유 및 재고 방출을 검토하는 등 수급 안정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이점을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사우디발 유가 급등 현상이 단기간에 그친다면 수출단가 상승을 통해 교역규모 확대에 기여하는 등 제조업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최근 국내 수출 감소세가 장기화되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반도체 및 석유제품의 수출단가 급락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긍정적 효과는 시중 금리 반등이다. 최근 장기물을 중심으로 주요국 금리가 큰 폭으로 반등한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쏠림 현상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되고 유가 상승 폭이 확대될 경우 글로벌 경기의 침체,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 

    특히 미국은 대중 수입제품의 추가 관세 영향에 고유가 현상까지 겹쳐 소비 사이클의 급격한 둔화를 촉진되면서 심각한 경기 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피폭된 사우디 복구에 수개월이 걸릴 전망인데가 2억 배럴 규모의 국내 비축유의 시한은 6개월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유가 장기화 시 글로벌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국내 수출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제조업 경기 부진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무역수지 흑자 폭 감소도 우려되는 부문"이라며 "이미 국내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무역수지 흑자 규모의 추가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무역수지 흑자 폭의 추가 감소는 원화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된다. 다시말해 원화 가치의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국내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8월 기준으로 사우디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주요 국가는 중국, 일본, 인도, 이집트, 한국, 미국 순으로 이들 국가가 이번 공격에 따른 공급 차질 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