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착공… 2024년 왕십리~상계 개통최고가 경신 등 3개구 아파트값 13~16주 연속 상승세
  • ▲ 동북선 경전철 노선도. ⓒ서울시
    ▲ 동북선 경전철 노선도. ⓒ서울시

    "동북부 도시 철도가 개통되면 교통난 해소는 물론, 노원구 중계동 일대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입니다.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강북횡단선까지 건설되면 강남-북 균형발전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되는 것이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서울 왕십리에서 미아사거리역, 상계역을 잇는 동북선 경전철이 추진 12년 만에 첫 삽을 뜨면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서울 동북권에 교통호재가 현실화되면서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동북선 공사에 착수했다. 2008년 서울시내 교통취약지역에 7개 경전철 노선을 단계적으로 건설하는 내용의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이 승인된 지 11년 만이다.

    동북선은 왕십리역~제기동역~미아사거리역~월계역~하계역~상계역 총 13.4㎞ 지하 구간을 16개 정류장으로 잇는 노선으로, 모든 구간이 지하에 건설된다. 총 사업비 1조4361억원으로 2024년 완공 목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주관사로 코오롱글로벌과 금호산업, 호반산업, 대명건설 등과 동북선도시철도㈜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비의 50.1%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시비(38%)와 국비(11.95%)로 채운다.

    앞서 두산건설과 갑을건설이 지난 5월 빠진 자리에 호반산업과 대명건설이 들어오면서 컨소가 구성됐다. 동북선은 동북선도시철도가 건설하고 준공과 동시에 소유권을 시로 이양, 동북선경전철이 30년 동안 운영하면서 이용료를 내는 BTO(수익형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추진된다.

    서울시와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과의 협상, 수용대상 토지의 보상 문제 등이 얽히면서 사업이 지연됐지만, 이제 본격적인 착공이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시는 동북선이 동북부 주요 지역인 노원·강북·성북·동대문·성동구의 대중교통 편의를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북선이 완공되면 상계에서 왕십리까지 환승 없이 25분 만에 이동 가능해진다.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에서 왕십리역까지의 이동시간은 현재 46분에서 24분으로 단축될 것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특히 환승역이 7곳 생겨나면서 교통편의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왕십리역은 분당선, 수도권지하철 2·5호선, 경의중앙선 환승역이어서 분당선을 이용하면 강남 접근이 용이해진다.

  • ▲ 9월28일 서울 성북구 숭례초에서 열린 동북선 도시철도 기공식. ⓒ연합뉴스
    ▲ 9월28일 서울 성북구 숭례초에서 열린 동북선 도시철도 기공식. ⓒ연합뉴스

    상대적으로 교통이 취약했던 노·도·강 지역 부동산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9월23일 기준으로 노·도·강 지역은 차례로 16주, 14주, 13주씩 상승률을 이어갔다.

    노원구의 경우 28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다 6월10일 이후 지속 상승하고 있으며 도봉구는 9주 연속 0.03% 오르면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강북구는 9월 들어 4주 연속 0.05% 오르며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도심업무지역 교통 접근성이 최대 단점으로 꼽혔던 노원구의 경우 동북선 착공 소식에 가장 먼저 들썩였다. 학원가가 몰려있는 중계동 은행사거리 인근 '청구아파트'는 전용 115㎡(8층)가 지난달 9억4000만원에 거래돼 올 3월(5층, 8억3000만원)보다 1억원 넘게 올랐다.

    은행사거리를 끼고 있는 '청구3차'도 전용 84㎡(8층)가 2월 8억원에 팔렸지만, 8월에는 같은 층 매물이 3000만원 비싸게 거래됐다.

    도봉구와 강북구 아파트값도 상승 기미다. 도봉구 창동 '삼성래미안'은 전용 84㎡가 1월에는 5억9700만원(11층)에, 7월에는 6억2500만원(13층)에 각각 거래됐다. 같은 지역의 '창동 2차 현대' 전용 84㎡의 경우 매매가가 6월 6억원(16층)에서 8월 6억3000만원(15층)으로 올랐다.

    강동구에서는 수유동 '래미안 수유' 전용 59㎡ 같은 층이 7월 3억7900만원에서 한 달 새 4억1600만원으로 뛰었다. 마이동 '현대' 전용 84㎡ 역시 같은 층이 5월4억5500만원에서 4억8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성북구 장위뉴타운에도 호재다.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장위뉴타운에서는 최근 동북선이 관통하는 '북서울꿈의숲' 인근 아파트값 상승세가 확연하다.

    뉴타운에 2017년 말 첫 주자로 입주한 '꿈의숲 코오롱하늘채' 전용 84㎡가 올 초 7억2000만원에 거래됐지만, 9월4일 8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인근에 곧 입주할 '래미안 장위 퍼스트', '꿈의숲 아이파크' 등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노원구에는 수도권지하철 4·7호선도 있지만, 그 안에서도 은행사거리는 7호선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며 "동북선이 개통하면 기존에 교통 사각지대였던 곳의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그에 대한 선호도가 집값에 일부 반영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전철 가운데 우이신설선을 제외하면 사업 진척속도가 빠르거나 완공을 코앞에 둔 경우가 많지 않다"며 "동북선이 기공식을 여는 것은 해당 지역에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완공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긴 호흡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동북선도 호재로 볼 수는 있지만, 완공까지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동북선, 창동 창업 및 문화산업단지 등으로 인프라 개선 기대감이 일부 작용하는 가운데 노·도·강 지역이 최근의 서울 집값 상승세에 뒤따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