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정비사업지 놓고 대형건설사 경쟁구도먹거리 '갈증' 속 '출혈 경쟁-진흙탕 싸움' 예고'국내 경기 침체-해외 수주 환경 악화' 등 경쟁 치열시공권 둘러싼 '비방전-로비' 등 진흙탕 싸움 걱정도
  • ▲ 자료사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공사 현장. ⓒ연합뉴스
    ▲ 자료사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공사 현장. ⓒ연합뉴스

    연말 시공사 선정을 예고한 전국 대형 정비사업지를 두고 대형건설사들 사이에 시공권 경쟁구도가 가시화되면서 수주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공동수주 불허 방침을 내세우는 사업지가 많은데다 실적 달성에 목마른 건설사들이 적지 않은 만큼 시공권 경쟁이 어느 때보다 가열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뚜껑을 열기도 전에 과도한 홍보 등 이상기류가 흐르면서 투명한 경쟁을 약속한 업계의 '클린 수주'가 훼손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시공권 확보를 위한 건설사들 간의 경쟁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예상 공사비 1조9000억원에 이르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로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3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이들 건설사는 입찰에 앞서 수주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미 1500억원 규모의 입찰보증금을 완납하며 입찰참여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림산업은 '아크로'를 앞세워 단지를 설계할 예정으로, 지난달 20일 신한은행 및 우리은행 등 제1금융권과 사업비 조달을 위한 금융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GS건설은 단지 명을 '한남 자이 더헤리티지(THE HERITAGE)'로 정하고 종합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한남3구역은 용산구 한남동 686 일대 노후주택을 197개동 5816가구(임대 867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바꾸는 사업이다.

    이와 함께 사업비 9200억원 규모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은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양보 없는 수주전을 펼칠 것으로 예고한 상황이다.

    특히 두 건설사는 지난달 말 경기 김포시 북변5구역을 공동수주한 후 경쟁사로 다시 붙게 돼 수주전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게 업계 평가다.

    갈현1구역은 입찰 이전까지 상당수 조합원이 요구해 온 '단독입찰'을 확약한 건설사는 롯데건설이 유일했다. 그러나 최종입찰에는 현대건설도 참여했다.

    이 사업은 은평구 갈현동 300 일대 23만여㎡에 지하 6층~지상 22층 아파트 32개동, 4116가구(임대 620가구)의 아파트가 새로 지어진다.

  • ▲ 자료사진. 한신4지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 관련 비리 증거물. ⓒGS건설
    ▲ 자료사진. 한신4지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 관련 비리 증거물. ⓒGS건설

    이밖에 롯데건설은 추정 공사비 7000억원에 달하는 광주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주목받고 있는 풍향구역 재개발에서 포스코건설과 수주전을 예고한 상태다.

    공사금액 8000억원 규모인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 수주전도 막이 올랐다. 지난 11일 조합이 개최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포스코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사 14곳이 참여했다.

    서울 강남권 알짜 재건축 사업지로 꼽히는 신반포21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권 경쟁도 시작됐다.

    조합은 10일 현장설명회에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HDC현산, 효성중공업 등 6곳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하반기 시공사 수주 결과에 따라 건설사들의 올해 목표 실적 달성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치열한 혈전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와 해외 수주 환경 악화로 건설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미래 먹거리 확보와 실적 안정 차원에서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옥죄는 정부 규제로 업계가 위축된 상황이지만, 해당 사업지를 수주하게 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주실적을 만회함과 동시에 먹거리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며 "아울러 수주전에 깃발을 꽂은 건설사가 브랜드 파워를 과시할 수 있게 돼 다른 수주전에서도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역과 조합 내에서는 건설사들의 진흙탕 싸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합이 컨소시엄을 선호하지 않는 까닭에 개별 경쟁에 나사고 있는 가운데, 물밑 작업이 심화될수록 시공권을 둘러싼 비방전과 로비 활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B구역 한 조합원은 "건설사들의 진흙탕 싸움이 도를 넘어서며 조합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자칫 소송전으로 치닫거나 사업이 지연돼 조합원들이 피해를 입게 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일부 단지에서는 시공사 입찰 마감을 앞두고 과도한 홍보와 업체 간 흑색선전과 비방전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홍보전담 OS(outsourcing) 요원 300여명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올해 수주실적을 결정짓는 규모의 사업이 있어서 업체들이 더욱 공을 들이는 분위기"라며 "특히 한강변에 위치해 있는 등 상징성이 큰 지역의 경우 비방전이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이번 대형사들간 시공권 수주 결과는 입주민들이 원하는 브랜드가 무엇인 지 알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건설사들의 지나친 경쟁이 전체 사업 분위기를 흐리고 사업을 지연시킬 수도 있는 만큼 공정한 시공사선정총회가 치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