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등 동유럽에 전기차 거점 확보유럽 친환경 정책에 지속 성장 기대'잠겨있던' 中 전기차 시장도 보조금 축소…韓 배터리업체에 기회
  • ▲ 자료사진. 전기차 배터리. ⓒLG화학
    ▲ 자료사진. 전기차 배터리. ⓒLG화학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관련 업계의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앞서 유럽시장 공략에 나선 국내 배터리업체 3사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국내 배터리업체 3사가 선점한 유럽 전기차시장은 호조를 보이는데다 유럽 각 나라별 친환경 정책이 계속 강화되면서 전기차 효과는 더욱 강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전체 전기차 시장을 50% 이상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도 자국 보호조치가 완화되면서 한국 배터리업체들에게 또 다른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다.

    3일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집계한 글로벌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10월 12만4000대였다. 이는 9월보다 17.8%, 지난해 10월보다 33.2% 감소한 수치다.

    판매량은 미국과 중국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급감했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3% 줄어든 7만3000대가 팔렸고, 미국에서는 같은 기간 32.1% 위축된 1만9000대 판매에 그쳤다.

    전기차가 줄면서 배터리 출하량도 마이너스 행보를 보였다. 글로벌 배터리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0% 감소한 7.66GWh였다.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2017년 1월부터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지난 8월 하락세를 그린 이후 3개월 연속 감소했다.

    하지만 시장 둔화 속에서도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전년대비 17.1%, 21.5%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이 중국보다 유럽시장 공략을 주력했던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배터리 빅3로 분류되는 LG화학은 1조500억원을, 삼성SDI는 9600억원을, SK이노베이션은 1조7800억원을 유럽에 투자했거나 투자할 계획이다.

    LG화학의 경우 2018년 1분기부터 폴란드 브로츠와프 배터리 공장을 가동했고,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에 전기차 배터리 2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1공장 인근 부지다. 동유럽 배터리 생산기지 강화 차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연내 완공되는 헝가리 코마롬 1공장에서 내년 상반기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코마롬 2공장도 건설 중이다.

    성과도 있다. 삼성SDI는 아우디에 이어 BMW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LG화학은 연말부터 폭스바겐그룹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량을 대폭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 ▲ 자료사진.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삼성SDI 부스에서 직원이 다양한 배터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자료사진.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삼성SDI 부스에서 직원이 다양한 배터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최근에는 유럽 전기차 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이들 3사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의 강력한 환경규제로 장기적으로는 전통적인 내연차 수요가 줄고 전기차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며 "중국보다 유럽시장 공략에 주력했던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에는 오히려 호재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SNE리서치 조사 결과 지난 9월 기준 유럽 시장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3% 급증했다. 이는 중국(-30.7%), 미국(-27.3%)에 비해 폭발적인 성장세다.

    반짝 성장세도 아니다. 올 들어 9월까지 유럽 시장의 누적 배터리 사용량 증감률은 102%로, 같은 기간 중국(45.2%), 미국(15.7%)을 크게 앞섰다.

    EU 각국은 내년부터 본격 실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앞서 각종 친환경 정책을 추진 중이다. 유럽 내에서도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독일은 전기차 구입을 독려하기 위해 내년부터 구매 보조금을 50% 인상할 방침이다. 또 전기차 인프라의 핵심인 민간충전소 구축도 대폭 지원한다.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계도 전기차 생산목표치를 대폭 늘려 잡았다. 폭스바겐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전기차 생산대수를 2200만대에서 260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를 위해 600억유로를 투자한다. BMW도 2023년까지 전동화 라인업 25개를 구축, 전기차 양산 속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다.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이 본궤도에 진입함에 따라 이 시장에 막대한 금액의 투자를 단행 중인 국내 3사의 성장도 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관련 업체들의 고성장이 재개될 것"이라며 "내년부터 출시될 신규 전기차 모델은 8만~1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매년 생산대수를 계단식으로 증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2공장. ⓒ연합뉴스
    ▲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2공장.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 위축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 조치가 오히려 한국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KDB미래산업연구소의 분석 자료를 보면 중국 정부는 2015년 3월 '전기차 배터리산업 규범 요건'을 발표하고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업체에만 보조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보호정책을 고수할 경우 자국의 전기차산업 경쟁력이 퇴보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보조금 축소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3월 보조금 지급 대상차량의 주행거리 기준을 150㎞에서 250㎞로 상향하고 지급액수도 2018년 대비 평균 52% 줄인 뒤 7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를 적용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보조금 지급을 순차적으로 줄여 2020년 말 이후로는 완전 폐지할 방침이다.

    중국의 보조금 축소는 한국 배터리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 정책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사업을 펼치지 못한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공정한 경쟁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을 비롯한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2015년 보조금 지급대상 선별을 위한 모범규준에서 제외됐고,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후 단 한 번도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때문에 중국시장은 사실상 현지 업체들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정세록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량 보조금 제도가 예정대로 2020년 일몰되면 보조금에 의지해온 자은 기술력의 군소업체들이 정리되는 동시에 기술력이 더 우수한 한국과 일본 업체 제품이 선택될 유인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정부의 보조금 삭감으로 중국 내 군소 배터리 업체들이 정리되는 모습이다.

    중국의 유명 전기차 제조사 '니오'는 최근 직원의 10%인 1200명을 감원하기도 했다. 중국판 테슬라를 표방했던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패러데이퓨처'의 창업자 자웨팅은 최근 실적 부진으로 CEO에서 물러나고 미국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이에 반해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시장 확대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LG화학은 난진 신강경제개발구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1공장과 소형배터리 공장에 2020년까지 6000억원씩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증설 중이며 난징 빈장경제개발구에 전기차 배터리 2공장도 짓고 있다. 중국의 지리자동차와도 조인트벤처(JV)를 설립, 생산시설을 갖추고 2022년부터 자리자동차의 전기차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도 톈진에 4000억원을 투입해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한편,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시안에 전기차 배터리 2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함께 만든 합작법인 'BESK'를 통해 연내 준공을 목표로 장쑤성 창저우시 금탄경제개발구에 연산 7.5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공장이 준공되면 설비 안정화와 시운전, 제품인증 등의 과정을 거친 뒤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양산과 공급에 돌입할 계획이다. 양산을 시작하면 현재 4.7GWh 수준인 배터리 생산량이 20GWh로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