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中 판호-셧다운제' 등 대내외 악재에 경영난 시달려非게임 진출 및 선택과 집중 전략 등으로 '승부수'
  •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내외적 악재에 몸살을 앓아 온 국내 게임업계가 내년 재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해외 수출 장벽을 비롯해 수년 째 국회에 표류 중인 규제들로 게임산업의 성장이 가로막힌 가운데 주요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 및 비(非)게임 분야 진출 등을 통해 반등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다소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각각 1515억원, 33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 32.7%씩 감소했다. 같은 기간 넥슨의 누적 영업이익은 94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376억원)에 비해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대형 3사 모두 올해 대작 게임들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이르면 오는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 중 실적 상승세가 예상되지만, 산적한 악재 속에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대외적 악재로는 굳건히 닫혀 있는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꼽힌다. 2017년 3월 중국 정부가 한국산 게임에 판호(서비스 허가권) 발급을 중단한 지 벌써 4년차를 앞두고 있다. 올초부터 일부 해외 게임에 대해 외자판호를 발급하면서 장밋빛 전망이 이어졌지만, 현재까지 한국산 게임에 대한 발급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3사를 비롯해 중견·중소게임사 모두 북미·유럽·동남아 등 다양한 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등 저마다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지만 30조원 규모를 훌쩍 넘는 중국 시장은 여전히 궁극적 목표로 자리하고 있다. 중국 진출이 막힌 한국산 게임과 달리 중국산 게임은 손쉽게 국내 시장에 진출해 각종 차트를 장악하고 있어 역차별 논란도 불거진 상태다.

    이 밖에도 국내에선 2011년부터 시행 중인 '셧다운제'를 비롯해 웹보드 게임 결제한도 규제 및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질병코드 등재에 따른 불필요한 규제 도입 가능성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16년 만에 폐지한 PC온라인 결제한도를 두고 일부 의원들은 재도입을 주장하고 있어 관련 산업 성장 저하에 대한 업계 우려는 높아져만 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인수 계획을 밝히며 비게임 사업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2조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매물인데다 비게임 분야인 만큼 다양한 업계에서 인수 배경에 대해 의문을 가져왔다.

    회사 측은 사업다각화를 통한 미래먹거리 확보를 인수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했지만 관련업계에선 최근 게임산업의 한계를 인식한 결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넷마블은 웅진코웨이에 대한 기업실사를 마친 뒤 인수 가격 등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년 간 신작 부재로 인해 올해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한 엔씨소프트는 대표 IP '리니지2'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신작 '리니지2M'을 선보이는 등 게임 사업에 주력하는 전략을 통해 반등을 예고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AI(인공지능) 및 캐릭터, 웹툰, 드론 사업 등에도 투자를 단행하며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까지 자사 인기 IP를 활용한 게임 사업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직접 서비스를 통한 수익 외 로열티 수익으로도 올해 매 분기 400억~500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지난달 27일 선보인 리니지2M 역시 출시 4일 만에 국내 양대 앱마켓 매출 1위에 오르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어 '블레이드앤소울2', '아이온2', '프로젝트TL' 등 차기작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넥슨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다작(多作) 행보에 집중한 것과 달리 매각 불발 이후 사업조직 개편 등을 통해 다수의 게임을 정리한 상태다. 지난 13일에는 올 1월 출시한 PC온라인 게임 '아스텔리아'의 서비스 종료 시점을 발표하는 등 올해 종료를 선언한 게임만 10여종에 달한다.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에 투자를 집중, 강도 높은 체질개선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 등 재도약을 꾀하는 전약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산업이 최근 몇 년간 정체기에 진입하면서 올해 대형 3사 모두 뚜렷한 성과를 내보이는 데 실패했다"며 "내년 역시 장밋빛 전망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각 사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전략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가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