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일부터 '종량제' 전환, 맥주 출고가격 영향국산 캔맥주 세부담 낮아져 가격인하 여력 생겨국산맥주도 마트·편의점서 '4캔 만원' 가능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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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부터 맥주에 대한 주세 부과 기준이 가격 기준인 ‘종가세’에서 출고량 기준인 ‘종량세’로 전환됐다. 업계는 종량세 전환의 최대 수혜자를 국산 캔맥주로 보고 있다. 세금이 줄면서 출고가격 하락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4캔에 1만원’ 수입 맥주에 밀렸던 국산 맥주 시장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모양새다. 가정 시장을 겨냥해 국내 주류 업계의 캔맥주 프로모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6일 국세청에 따르면 맥주, 탁주에 대한 주세 과세 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주세법’이 1월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제품 출고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까지 국산 맥주는 1L(리터)당 평균 848원의 주세를 냈지만, 종량세로 바뀌면서 1L당 830.3원을 내게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주세에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더하면 이번 종량세 전환으로 국산 캔맥주의 총 세부담은 L당 415원 낮아진다. 

    반면 병맥주와 페트 맥주 세금은 L당 각각 23원, 39원 높아진다. 생맥주(케그 20L)는 평균적으로 L당 445원 오르지만 2년간 세율을 20% 경감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종량세 전환에 각사의 마진, 원가, 점유율, 출고량 상황이 더해지면 맥주 출고가가 브랜드와 용기별로 다르게 조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다수 국산맥주 제조사들은 캔맥주는 세금이 줄면서 출고가격 하락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국산 케그는 용량과 원가율이 높은만큼 출고가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병과 페트에 담긴 맥주는 각사 상황에 따라 가격 조정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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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는 종량세 전환의 최대 수혜자를 국산 캔맥주로 보고 있다. 기존 종가세 과세 시 1121원이었던 국산 캔맥주 주세는 종량세 전환 시 830원으로 291원 내려간다. 교육세·부가가치세(VAT) 등을 포함한 총 세 부담액은 1343원으로 기존(1758원) 대비 415원 낮아진다.

    이는 기존 종가세가 국산 캔맥주 제조사에 불리했기 때문이다. 종가세는 국산 캔맥주는 출고할 때, 수입 캔맥주는 수입을 신고할 때 주세를 낸다. 이때 세액을 결정하는 ‘과세 표준’에 국산 캔맥주는 제조 원가·판매 관리비·이익 등이 모두 포함된다. 반면 수입 캔맥주는 수입 가액·관세만 들어갈 뿐 판매 관리비·이익은 제외된다.

    이에 따라 국산 캔맥주는 수입 캔맥주보다 더 많은 주세를 내왔고, 이는 제품 가격의 차이로 나타났다. 캔맥주 수입사가 편의점 등지에서 ‘4캔에 1만원’ 등 공격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동안 국산 캔맥주 제조사는 이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하며 “국산 캔맥주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수입맥주의 세 부담은 늘어난다. 수입맥주 평균 주세 납부세액은 ℓ당 764.52원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종량세가 도입되면 약 12%가량 세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다만 맥주 제품별로 수입신고가가 천차만별이어서 상대적으로 원가가 높은 수입맥주들의 경우 세 부담이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

    수입원가가 낮아 그동안 세금을 적게 부과해 온 저가 수입맥주들은 설자리가 없어질 전망이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입원가 300~400원에 들여와 판매하는 저가 맥주도 많았다”며 “이 경우 세금이 3~4배 가량 늘어나는 셈이어서 시장에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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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다수의 국산맥주 제조사들은 종량세 전환으로 캔맥주는 세금이 줄면서 출고가격 하락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롯데주류는 1일 종량세 도입에 따른 맥주가격 변화를 밝히며 캔은 출고가격을 일제히 낮췄다. 롯데주류는 캔맥주 500㎖ 기준으로 ‘클라우드’는 1880원에서 1565원으로, ‘피츠’는 1690원에서 1467원으로 출고가를 내렸다. 

    OB맥주는 이미 출고가를 인하했다는 입장이다. OB맥주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종량세 시행을 앞두고 카스 맥주 전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4.7% 내리고 2020년 말까지 인하된 가격에 공급한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맥주는 지난해 국내 맥주 제조사 3사 중 유일하게 가격을 올리지 않은 만큼, 시장 상황을 보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고가가 조정되면 곧 이어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도 조정된 만큼 가격이 오르거나 내린다. 제조사들이 종량세 전환을 출고가에 반영할 경우 대형마트,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맥주 캔 가격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맥주 캔은 2017년 기준 전체 맥주 소비의 24.14%를 차지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관계자들은 아직 롯데주류로부터 출고가 조정에 대한 공지가 안왔다고 한다. 하지만, 공지가 올 경우 이에 따라 판매가도 곧 조절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제조사가 출고가를 낮췄다는 공지를 마트 측에 하면 기존 제품의 재고가 소진된 후 판매가에 반영한다. 공지 후 반영되는 데 약 2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편의점업계는 앞장서 국산 맥주도 ‘4캔 만원’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주세 문제로 수제 맥주만 가능했던 ‘4캔 만원’ 할인 행사에 국내 주류 업계도 동참하게 된 것이다.

    현재 OB맥주의 카스 500㎖ 캔은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주요 편의점에서 ‘4캔 만원’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종량세 전환이 국산 맥주 제조사들에게 새로운 부흥을 일으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500㎖ 캔도 현재(1월 6일) CU·세븐일레븐 등에서 ‘4캔 만원’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향후 소비자 가격 역시 인하를 검토 중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종량세 전환으로 인해 출고가가 인하됐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가격반영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후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좋은 국산 맥주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