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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잇따른 해사행위에 한진그룹 임직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에 대한 서운함을 법무법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한 데 이어, 한진칼 경영권을 노리는 반도건설·KCGI와 손까지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임직원들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해사행위에 대해 불만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블라인드 앱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판하는 글들이 많다. 원색적인 표현도 많지만 일부를 소개하면 이런 내용들이다.
한 직원은 “자숙의 시간도 없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쁜 나머지 또 회사 망치려 드나요?”라고 올렸다.
또 다른 직원은 “회사랑 직원들은 안중에도 없구나, 대놓고 KCGI에 손 벌리다니”라고 적었다.
이외에도 “땅콩회항이라는 오명을 남긴 사람이다. 진작에 퇴출됐어야 한다”, “주위 사람들한테 창피해 죽겠다”라는 등의 글이 있다.
무엇보다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하고 있는 오너일가가 직접 회사에 칼을 들이대는 꼴이 됐다는 것에 임직원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명분도 없고 자격도 부족하기에 더욱 더 임직원들의 자괴감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건설·KCGI와 함께 만나 3자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동생인 조원태 회장이 아버지의 유훈대로 공동경영을 하지 않고 자신을 배제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적과의 동침에 나섰다는 것에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 전 부사장의 해사행위는 5년여 전부터 시작됐다. 그는 2014년 12월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이때부터 한진그룹에 갑질 오너일가라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
조 전 부사장은 2018년 3월 칼호텔네트워크 등기이사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한달 만에 물러났다. 막내인 조현민 전무가 이른바 '물컵사건'으로 또 갑질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매는 몸담고 있던 직책 등을 내려놓고 회사를 나오게 됐다.
조현민 전무는 지난해 6월 한진칼 전무와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지난 연말 임원인사에서 경영복귀도 무산됐고, 측근들까지 배제되면서 동생인 조원태 회장에 반기를 들게 됐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23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의 상속인으로서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반도건설은 지난 10일 한진칼 보유지분율이 8.28%(의결권 8.20%)로 늘어났고, 보유 목적이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가 목적으로 변경했다고 밝힌 곳이다.
KCGI(강성부펀드)는 오너일가의 갑질을 감시하고,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명분으로 한진칼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사모펀드이다.
업계에서는 KCGI가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 잡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주장해왔던 것들과 논리적으로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조 전 부사장은 땅콩회항을 비롯해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등 각종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KCGI 입장에서는 조 전 부사장도 큰 틀에서 공격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논리를 뒤집어 합종연횡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KCGI의 한진칼 보유지분율은 17.29%로 단일주주로는 최대주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