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1.6조→6000억, 기술이전도 1/3만'부당' 불만 나왔지만, 방산업계 고려인니 수출시 실전배치 경험치 확보T-50-잠수함 등 다른 방산 수출염두
  • ▲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 6호기가 '서울ADEX 2023 미디어 데이'에서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서성진 사진기자
    ▲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 6호기가 '서울ADEX 2023 미디어 데이'에서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서성진 사진기자
    정부가 초음속 전투기 KF-21 개발분담금을 깎아달라는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수용한 것을 두고 방산 업계가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8년 전 1조7000억원을 부담하겠다고 나섰지만, 개발완료를 앞둔 시점에서 1/3 수준인 6000억원만 내겠다고 나선 행태에 좋지 않은 시각이 나온다. 그러나 방산 시장에서 인도네시아의 입지와 최근 급변한 현지 정세를 고려하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1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이달 말 방산추진위에서 KF-21 개발과 관련한 인도네시아의 제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측은 KF-21 체계개발 종료시점인 2026년까지 6000억원의 분담금을 내겠다고 제안했다.

    당초 협의한 1조7000억원(이후 약 1조600억원으로 감액)의 1/3만 내고, 기술이전도 1/3만 받아가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KF-21 전체 개발비가 예상보다 줄어든데다 무기 전력화에 속도를 내는 과정이라는 점을 들어 제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인도네시아도 올해 납입분 1000억원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가 불합리한 제안을 수용한데에는 우리 방산업계와의 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수출길을 찾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 초음속 훈련기를 처음 발주한 나라다.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에게는 장보고급 잠수함 3척을 구매했고, 현재 3척 추가 협상도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찝찝한 흥정이지만, 실리를 따져봐야 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KF-21의 안정적 성능을 확인하는데도 인도네시아는 효과적인 국가로 평가된다. 무기 상품성은 실전 투입 데이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크고 작은 분쟁이 잦은 인도네시아 군에 배치하면 타국으로의 수출길을 열어주는 지름길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1만7508개의 섬으로 이뤄진 세계 최대 섬나라여서 전투기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을 가지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KF-21 성능을 확인한다면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 잠재 수출국과의 협상에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정치 지형이 급변한 것도 우리 정부가 고려한 지점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대선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이 승리하며 10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프라보워 당선인이 KF 공동 개발에 긍정적이고, 분담금 문제가 정리되면 KF-21 수출에 협력해 나갈 수 있다는 게 방사청 설명이다.

    기술 개발금과 달리 수출 무기에는 금융지원이 가능하다는 것도 향후 기대되는 수익 사업이다. 인도네시아에는 KB, 신한 등 주요 금융그룹들이 진출한 전방 지역이다. 대부분 방산 무기 수출이 정책금융을 통해 대금을 결제한다는 점에서 KF-21 수출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 금융사들이 가져갈 수익도 작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관계자는 "금전적 손해가 다소 있더라도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다"며 "무기 공동개발이란 명분과 수출 기회를 지키면서도 손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