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확산 우려 커지며 국내외 금융시장도 급락세중국관련소비주 타격, IT업·제약바이오·위생업종 유망피해확산 따라 투심 반응, 낙폭 큰 업종 보수적 접근
  • ▲ 우한폐렴 환자 치료하는 의료진(우한 로이터=연합뉴스)
    ▲ 우한폐렴 환자 치료하는 의료진(우한 로이터=연합뉴스)

    국내외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산 공포로 요동치면서 사태 여파의 지속 정도, 이로 인한 관련주들의 전망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30일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전국 31개 성에서 '우한 폐렴'의 누적 확진자는 7711명, 사망자는 170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1737명, 사망자는 38명 증가한 것으로, 예상보다 급속히 감염이 확산되고 이에 따라 사망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는 지난 2003년 중국·홍콩 등지를 휩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다. 사스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하는 데 4개월이 걸린 반면 신종 코로나는 지난해 12월 3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000명을 넘기는 데 25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지난 27일 새로운 확진 판정자가 추가되면서 네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전염병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도 급락세를 보였다.

    그동안 사상 최고치를 이어오던 미국 S&P500 등 뉴욕 증시는 지난 27일 1%이상 하락했고,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28일 코스피 지수는 3.1%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2170선까지 내려갔다. 코스닥은 3.0% 급락했다. 30일 오전 11시35분 현재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0.88% 떨어진 2166.02를 기록 중으로, 과도한 매도에 따른 반발 매수에 따른 전날 소폭 상승분(0.39%) 이상을 반납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국내외 금융시장의 충격파를 우려하고 있다. 사스 사태에 비춰볼 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증시 충격은 최소한 사스 사태 이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의 전파력이 사스보다 빠르고 춘절 연휴도 연장돼 실물경기에 미칠 영향이 사스 때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사스 때는 소비 전반의 부진으로 2003년 2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9.1%로 전분기(11.1%)보다 떨어졌다가 사태가 진정된 3분기부터 다시 회복했다"면서 "올해 1분기 중국 성장률이 5% 후반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의 진원지가 중국이라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금융시장이 당분간 사태 추이를 주목할 수 밖에 없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단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경우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로 이미 내상을 입은 상황에서 우한 폐렴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펀더멘탈에 치명타를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신동준 KB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사스보다 빠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의 정점을 2월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연구원은 "4~5월 내 진정돼 경제적 충격이 1~2분기에 집중된다는 기본 시나리오하에서 올해 중국과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0.4%p, -0.15%p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증시 충격은 단기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은 "비관할 필요도 없지만 안심하기에는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속도가 빠르다"면서도 "(사스 등) 질병이 금융시장 추세에 미치는 영향이 컸던 경우는 찾기 힘들다. 연휴 직후 증시에는 단기 충격과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지만 질병으로 추세 전환이 나타난 경우는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질병만으로 전체 성장률이나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하향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연 초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면, 연 중반 이후에는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다만 "주가는 질병 환자 수 또는 관련 뉴스들이 절정을 기록하는 시점에서 바닥을 기록했는데, 아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 수와 관련 뉴스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주식시장이 바닥이라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스나 신종플루 사태 등을 보면 감염자·사망자 수가 늘어나도 주가가 계속 하락하지는 않았다"며 "사스의 경우 감염자 수가 2003년 3월 26일 처음 발표됐고 이후 5월 초까지 급등했는데도 주가는 대부분 3월 말~4월 중에 바닥을 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심리에 크게 좌우된다는 측면에서 우한 폐렴 공포감이 얼마나 조속히 진정될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현 연구원은 "관건은 중국 내 확진자 수가 언제 정점을 찍을 것인가"라며 "향후 1~2주간 신종 코로나 확산 또는 진정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춘제 연휴를 고비로 감염 속도가 진정된다면 증시도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겠지만 감염자 수가 연휴 이후 더 빠르게 증가한다면 동요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기에는 확산 공포로 인해 위험 자산기피 심리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진정 조짐을 보이면 억압수요의 발현 기대를 통해 위험자산이 V자형 반등을 보인다"면서 "이번 주 으뜸 관심사는 우한 폐렴의 확산 정도로, 인구 이동이 많은 중국 춘절 기간의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향후 '만파일파'로 끝날지 아니면 중기적으로 '일파만파'로 확산될지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여행·소매유통·항공·엔터테인먼트 등 업종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손세정제·마스크 등 위생용품 생산 업체와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고 여행과 항공업계는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항공·여행·음식료·가전·부동산·증권 등은 사스 유행 당시 전염병 악재로 인해 4월 한 달간 상해종합지수 대비 단기 주가 낙폭이 가장 컸던 업종들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 1월 11일 첫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 발생 이후 최근 2주간도 과거와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백승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고밸류 업종이자 대표적인 춘절 수혜 업종인 백주·여행·가전은 춘절 특수 실종에 따른 실망감이 더해질 수 있어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반면 제약·바이오, 위생용품 업종과 더불어 감염병 이슈가 끝난 뒤 실적 등에 초점이 맞춰지면 이익 개선 가능성이 높은 IT 업종은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스 최초 보고일인 2003년 2월14일부터 중국 여행금지 철회일인 2003년 6월24일까지 국내 증시에서는 소프트웨어 업종 수익률이 88.4%로 가장 독보적이었다"며 "인터넷, 게임 등 소프트웨어 업종과 미디어 업종에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변동장 속 유독 낙폭이 큰 종목에 대한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화장품·호텔·레저 등 관련주는 향후 실물 경기 둔화 전망이 주가 하락에 선반영돼 질병 확산 폭이나 실물 경기 둔화 폭이 크지 않는다면 반등 폭이 클 것"이라며 "신세계인터내셔날, 호텔신라, 아모레퍼시픽은 하락 폭이 이미 과거 메르스 시기의 하락 폭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반등 국면에서 특히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동길 연구원은 "긍정적으로 볼 만한 사실은 주식시장 회복력이다. 과거 사스 영향이 줄었을 때 주식시장은 반등했다"면서 "전염병 확산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도 이슈가 끝나갈 때 펀더멘탈로 회귀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스 등 과거 사례로 볼 때 결국 펀더멘털로 회귀했다는 점에서 낙폭 과대 시 매수기회로 삼는 전략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