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25년 문화사업 총괄… 한류 기반 다져미생 도깨비 시그널… 히트작 마이더스세계 입맛 사로잡은 '비비고' 마케팅 주역
  • ▲ 이미경 CJ 부회장. ⓒCJ그룹
    ▲ 이미경 CJ 부회장. ⓒCJ그룹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면서 이번 수상의 숨은 조력자로 알려진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함께 CJ의 문화사업이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이같은 성과를 있게 한 문화콘텐츠 확장에 이 부회장을 비롯한 CJ그룹 여성 리더들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CJ그룹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의 문화보국 철학에 따른 글로벌 프로젝트 추진 등 K컬처 확산 뒤에는 여성 임원들의 숨겨진 땀과 노력이 있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문화산업에 투자하겠다는 이 회장의 철학과 콘텐츠 개발에 대한 이들의 열정이 지금의 CJ를 있게 한 자양분이 됐다.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은 CJ그룹의 대표적인 여성리더로 활약해왔다. 지난 25년간 글로벌 문화산업 전문가들과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 회장의 문화사업 비전을 실행하는데 앞장섰다. 이 회장이 전략을 세우면, 이 부회장은 실행에 옮기는 식으로 두 사람은 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왔다. 

    사실 CJ그룹 문화경영의 시작인 드림웍스 투자도 이 부회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1995년 당시 이 회장의 미국출장길에 동행한 이 부회장은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드림웍스가 제일제당과 손을 잡게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는 훗날 CJ CGV와 CJ엔터테인먼트 설립 등 한류 문화의 기반을 다지는 출발점이 됐다.

    헐리우드에서는 '한국 문화 전도사'로 활약했다. 이 부회장은 국내를 떠나 헐리우드를 통해 한국 영화산업 전체의 글로벌화를 추진해왔다. 해외 영화 관계자들에게 한국의 영화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노출시키고 한국의 다양한 작품과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진출 발판을 마련하는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 ▲ 최진희 스튜디오드래곤 대표(왼쪽), 손은경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본부장(오른쪽)ⓒCJ그룹
    ▲ 최진희 스튜디오드래곤 대표(왼쪽), 손은경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본부장(오른쪽)ⓒCJ그룹
    이 부회장의 콘텐츠에 대한 열정은 CJ그룹 현직 여성 임원들에게까지 이어졌다.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해 연말 임원 인사에서 CJ ENM 부사장으로 승진한 최진희 스튜디오드래곤 대표다. 최 대표는 K-드라마 확산에 이바지한 공로로 이 자리를 꿰찼다. 이는 CJ 여성 임원 중 내부 승진으로 부사장까지 오른 첫 사례다. 

    그는 CJE&M 드라마사업부에서 일하면서 '미생'과 '오 나의 귀신님' 등 당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인기 드라마 제작을 총괄했다. 이후 드라마 콘텐츠 질을 높인 공을 인정받아 2016년 5월 CJ ENM 드라마사업부가 분할하면서 신설된 드라마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최 대표가 온 이후 스튜디오드래곤은 실적과 규모 면에서 국내 정상급 드라마 제작사로 성장했다. 그는 취임 직후 화담앤픽쳐스와 문화창고, KPJ 등 드라마 제작사 3곳을 잇달아 인수하며 회사 몸집을 키웠고, ''미생', '시그널', '도깨비’ 등 시청률뿐 아니라 드라마 안팎으로 많은 화제를 모은 작품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입지를 높여왔다. 

    CJ제일제당에서도 손은경 식품마케팅본부장이 지난 2018년 부사장 직급으로 승진하면서 주목받았다. 손 본부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 상무, GS칼텍스 상무 등을 거친 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의 대표 HMR 제품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CJ올리브마켓)를 업계 최초로 선보이며 HMR 트렌드의 대중화를 이끈 인물로도 유명하다.

    한식 브랜드인 '비비고'의 세계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손 본부장은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20'에 참가한 '비비고 존'을 홍보하며 "비비고는 스포츠, 음악 등 다양한 산업을 넘나들며 글로벌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방문객들이 비비고에 많은 관심을 보인 만큼 더욱 노력해 K푸드 세계화에 지속적으로 앞장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J그룹은 1990년대 초 삼성그룹에서 분리·독립한 뒤 국내에서 불모지나 다름 없던 문화사업에 뛰어들었다. "문화 없이 나라도 없다"고 말했던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 받아 '문화보국'을 기업철학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후 20년 가까운 엔터테인먼트 사업 적자에도 이 회장은 문화 투자를 지속하면서 문화콘텐츠산업의 외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결실을 맺기 시작한 건 2010년 '한류'가 본격화되고 나서부터다. CJ ENM은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 등 방송과 음악, 콘텐츠 플랫폼 사업으로 발을 넓혔고, 영화 배급을 넘어 해외 맞춤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규모 K컬처 페스티벌인 '케이콘'을 통해 '신한류'의 보급과 글로벌 한류를 노리는 중소기업들의 발판 역할도 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적극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같은 문화보국 철학을 바탕으로 K컬쳐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