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 상당 회비청구서 송부종전 대비 70% 감소, 이달 말까지삼성 준감위 "안건 안 올라왔다"다른 그룹들 계열사 분담도 논의 안 해
  • ▲ 4대 그룹 총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뉴데일리DB
    ▲ 4대 그룹 총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뉴데일리DB
    외형 확장을 노리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옛 전경련)이 4대 그룹의 회원비 납부 여부를 두고 재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한경협에서 탈퇴한 4대 그룹이 회비 납부를 재개한다면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 한경협의 판단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한경협은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에 35억원 상당의 회비 청구서를 보냈다. 한경협은 매출 규모에 따라 회비 책정 구간을 정했는데 4대 그룹은 1그룹으로 묶인다. 2그룹에는 포스코, GS그룹이, 3그룹에는 한화와 HD현대가 포함됐다. 동일그룹 내 회비는 동일하며 1그룹 35억원, 2그룹 22억원, 3그룹 17억원 가량이 청구된다.

    청구된 회비 규모는 과거 전경련 시절의 절반 수준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70%가량 줄었다. 국정농단 사태 이전인 2015년 전경련이 걷어들인 회비는 500억원에 달하는데 그 중 60% 이상이 4대 그룹이 부담했다. 삼성의 회비 규모는 100억원이 넘었다.

    납부액이 대폭 줄어든 건 4대 그룹 복귀가 절실한 한경협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해 전경련과 한국경제연구원이 통합되면서 4대 그룹을 회원사 명단에 올리긴 했지만, 실질적인 회비 납부 전에는 온전한 합류로 평가하기 어렵다. 회비 부담을 대폭 낮춰 가입 유인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4대 그룹 측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신중한 모습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22일 정례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한경협 회비 납부 안건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삼성그룹은 한경협 가입 조건 권고안에 따라 준감위 승인과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 위원장은 "회비 납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용되고, 사용된 후 어떻게 감사를 받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SK, 현대차, LG 등 나머지 그룹도 내부 논의를 거쳐 회비 납부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4대 그룹이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뒤 함께 움직일 것으로 본다.

    재계 관계자는 "국정농단이란 트라우마도 작용한 게 사실이지만, 한경협의 역할 자체에 의문을 가지는 분위기가 있다"며 "블록화되는 국제 경제 정세 속에서 경쟁력 있는 전략 제시로 과거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단기간에 회비 납부 여부가 결정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내외적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당장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4·10 총선 이후 정국을 바라보는 셈법이 복잡하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도 활발한 해외 진출을 타진 중인 우리 기업들에겐 중요한 분수령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올해 글로벌 선거 지형이 윤곽이 잡히고, 22대 국회 구성이 끝난 뒤 본격적인 입법활동이 시작돼야 기업들의 거취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친(親)기업적 법안 통과여부, 압도적인 야당 의석으로 치러야 하는 국정감사 수위 등도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