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E클래스·폭스바겐 골프 등도 차질신차 출시 및 흥행 ‘빨간불’… 온라인 생중계 등장수요 위축-판매 부진 악순환 우려
  •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로 꼽히는 ‘제네바 모터쇼’가 전격 취소됐다. 코로나19(우한폐렴) 확산 우려에 따른 것이다. 당초 계획했던 전 세계 완성차 업체의 신차 출시가 모두 무산되거나 연기돼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 사태가 더 악화될 경우 수요가 위축, 자동차 판매가 3년 연속 뒷걸음질 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제네바 모터쇼 주최 측은 오는 3월 5일부터 15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모터쇼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1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모든 공공 및 민간 행사를 스위스 연방평의회가 금지했기 때문이다. 

    제네바 모터쇼는 1905년부터 매년 3월 열리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수많은 월드 프리미어(전 세계 첫 공개)뿐 아니라 고급화, 새로운 개념의 콘셉트에 특화된 신차가 대거 쏟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최적의 무대로 손꼽히는 제네바 모터쇼가 엎어지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의 신차 출시 계획은 줄줄이 차질을 빚거나 연기되게 됐다. 올 한 해 생산과 판매 및 홍보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 업체별로 보면 폭스바겐은 해치백의 ‘교과서’로 불리는 골프의 신형 GTI와 GTD, GTE 공개가 미뤄졌다. 이미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고성능차지만 때아닌 암초를 만났다. 올 하반기 출시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고성능 브랜드 ‘R’의 첫 번째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투아렉 R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세단 시장을 주름잡는 ‘베스트셀링카’ E클래스 부분 변경을 선보이기로 했으나 취소했다. 전기 모터를 더한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본격적 확대 계획이 일그러졌다. 이와 함께 고성능 브랜드 AMG 신차 3종, 밴 마르코 폴로 역시 출시에 제동이 걸렸다. 

    친환경차로 무대를 꾸밀 예정이던 BMW 역시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뉴 330e 투어링 등 플러그인하이브리드 4종과 뉴 M340d x드라이브 공개를 연기했다. 미래 전략 중 하나인 전동화(전기 구동력 활용)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포르쉐는 신형 911의 플래그십(최상위) 공개 행사를 제네바 모터쇼 대신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콘셉트카 프로페시와 현지 전략 차종인 i20, 준중형 i30 부분 변경 등의 공개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할 상황이다. 무엇보다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 시장에 신차 투입이 늦춰질 우려가 커졌다. 기아차의 경우 신형 쏘렌토 등이 제네바 모터쇼 취소로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시장의 수요 위축과 판매 부진의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 시장 7곳의 판매는 6203만8000대(승용차 기준)로 집계됐다. 2018년(6476만4000대)보다 4.2% 감소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신차 출시를 넘어 경기 우려와 판매 위축, 실적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긴장하는 분위기”라며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이후 경영 불확실성이 또다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