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KCGI·반도건설 3자연합 연일 의혹 제기"에어버스에 확인요청… 근거없는 명예훼손" 일축물컵사건 이후 한진 오너가 탈탈 털었지만… '검은돈' 없어
  •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뉴데일리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뉴데일리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이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조현아·KCGI·반도건설 3자연합과 조원태 회장 간 연일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물컵사건 여파로 6개월간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탈탈' 털린 것을 감안하면 리베이트 의혹은 번지수가 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민생당 채이배 의원이 제기한 리베이트 의혹과 이를 부추기는 조현아측 3자연합의 주장에 한마디로 터무니 없다는 반응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2018년 4월 故 조양호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사건이 갑질 횡포로 확대됐다. 광고대행사와 회의 도중 화가 나서 던진 물컵이 엄청난 나비효과로 작용해 6개월간 한진그룹, 특히 오너 일가가 집중 타깃이 됐다.

    이 기간 동안 무려11개 정부 기관(사법 및 사정기관)이 총동원됐다. 경찰, 검찰, 법무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국세청,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한진그룹과 오너일가를 샅샅이 털었다. 

    당시 재계에서는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11개 사법·사정기관이 일시에 조사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자택과 사무실 등도 18번 압수수색 당했다. 조양호 회장 일가는 총 14번 포토라인에 섰고, 5번의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됐다.

    결국 검찰은 조양호 회장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했으며, 조현민 전 전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조 전무의 업무방해와 특수폭행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외에도 밀수 혐의,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 경비원·운전기사 폭행 혐의 등으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지난해 4월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공소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즉, 오너 일가 중에서 사실상 조원태 회장만 유일하게 어떠한 올가미에도 걸리지 않았다. 그나마 1998년에 일단락된 인하대 부정 편입학 문제를 또 들춘 것이 전부다. 교육부는 인하대에 조원태 사장의 편입학 승인과 학위, 조양호 이사장의 임원 자격을 취소할 것을 통보했다.

    이에 인하대는 당시 규정에 따라 편입학 업무를 처리했으며, 교육부 감사를 통해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는 판단을 받았음에도 20여년이 지난 시점에 합리적 이유 없이 편입학 취소를 명령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된다며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현재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조양호 회장 혹은 당시 조원태 총괄사장이 1500만 달러(약 188억원)를 리베이트로 받았다면 6개월간 11곳에서의 수사 과정에서 검은 돈의 흐름이나 흔적이 나왔을 것이라는 얘기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던 사법 및 사정기관이 이 정도 큰 금액의 검은 돈을 못찾아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즉, 그러한 검은 돈이 없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법무부를 압박해 리베이트 의혹이 있으니 한국 검찰에서 수사해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27일 한진칼 정기주총을 앞두고 조원태 회장 평판을 깎아 내려 표대결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리베이트 의혹에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조현아 등 주주연합이 프랑스 경제범죄 전담 검찰의 ‘수사종결합의서’를 고등법원의 ‘판결문’이라고 거짓 주장함으로써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조현아 등 주주연합이 제시한 문서는 검찰과 에어버스 사이에 체결된 사법적 공익 관련 합의서로 적시돼 있으며, 파리고등법원에 제출해 유효함을 인정받은 합의서라는 주장이다. 즉 객관적 증거에 기초한 재판의 판결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측은 “과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최근 프랑스 에어버스 등에 확인을 요청했다”며 “이와 별도로 내부 감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 경영진은 사실 관계가 확인되는 즉시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만에 하나 불법행위가 확인된다면 회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모든 법적 조치를 할  것이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근거없이 현 경영진의 명예를 훼손시켜 회사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민·형사상 조치도 강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4일 채이배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장관에게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하며 최근 프랑스 검찰에서 확보한 내용을 공개했다.

    에어버스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대한항공의 A330 기종 10대 구매 대가로 고위 임원에게 1500만 달러(약 188억원)의 리베이트 지급을 약속했고, 실제로 2010년 200만 달러, 2011년 650만 달러, 2013년 600만 달러 등 세 차례에 걸쳐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채 의원은 “에어버스가 대한항공뿐 아니라 세계 유수 기업들에 항공기를 납품할 때 리베이트를 했고, 고위 임원들이 약 180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영국에서도 같은 사건으로 조사를 했으니 국제적인 협조를 얻어 비자금 또는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 반드시 수사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조현아 등 주주연합도 프랑스 법원이 명백히 확인한 내용이라며, 조원태 대표이사가 2010~2013년 항공기 도입을 담당하는 핵심 임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