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폴란드 공장 둔 배터리 3사 '긴장'생산 차질 및 수요 위축 우려까지 '노심초사'
  • ▲ SK이노베이션 헝가리 코마롬 1공장. ⓒ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헝가리 코마롬 1공장. ⓒSK이노베이션

    유럽 내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탈리아 등 남부를 시작으로 독일, 프랑스 등 북·서유럽을 거쳐 스칸디나비아반도와 동유럽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폴란드, 헝가리 등을 거점으로 유럽 공략에 나선 국내 배터리업계에도 적지 않은 우려 요인이 될 전망이다. 자칫 생산라인 인근으로 감염증이 확산될 경우 셧다운까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세계 3대 배터리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에서 현지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폭스바겐, 벤츠 등 유럽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본사 및 생산라인 인근에서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LG화학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롬에서 각각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8500억원을 투자해 연 7.5GWh 규모의 공장을 지난해 말 완공했다. 삼성SDI는 BMW 등에 납품하는 배터리를 생산 중이고, LG화학은 공장 증설을 추진하는 등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들 3사의 공장에서는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생산 중단과 같은 이슈는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확산세가 적지 않은 만큼 대응지침에 맞춰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만약 배터리 공장에서 감염자가 발생하면 중국에서 단행된 '셧다운'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공장도 자동차 제조라인처럼 사람이 길게 늘어선 상태로 생산하는 만큼 연쇄 확진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문제는 현지 부품사 직원들의 감염이다. 협력사는 안전관리 역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 자칫 올 초 한국과 중국에서 발생한 부품 공급 차질과 '도미노 셧다운'까지 우려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증가했을 때부터 대응지침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아직 확진자나 생산 차질은 없지만, 유럽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LG화학 생산 공장이 있는 브로츠와프에 확진자가 속출하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지역 내 추가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LG화학 브로츠와프 배터리 생산라인에는 국내외 2500여명이 교대 근무 중으로, 생산 현장에서의 확산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자국 내 확산을 방지하려는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에 따른 사업 차질도 우려된다.

    실제 삼성SDI과 SK이노베이션의 공장이 위치한 헝가리의 경우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을 전면 금지해 이에 따른 현황 파악과 대책 마련으로 분주한 상황이다.

    폴란드 역시 15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자국민도 입국과 함께 14일간 격리하기로 하면서 인력 운용에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지 인력과 파견 인력을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확산 초기부터 출장제한 조치를 시행한 만큼 조업 등에 당장은 차질이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 ▲ LG화학 폴란드 브로츠와프 배터리공장. ⓒLG화학
    ▲ LG화학 폴란드 브로츠와프 배터리공장. ⓒLG화학

    또 다른 문제는 수요처인 자동차 판매량 자체가 감소하면서 수주 악화 우려가 커지고 공장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올해가 성장의 원년으로 기대됐다.

    시장조사기관 IHS마켓은 올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를 전년보다 55% 증가한 176GWh로 전망했다. 특히 유럽 시장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규제 강화로 친환경차 판매가 늘면서 2.5배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 1월 유럽 주요국의 전기차 판매는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판매대수는 1만6000대로, 전년대비 138% 급증했고 프랑스도 160% 뛰었다. 영국은 145% 늘어났고, 내연기관차가 많은 이탈리아는 5배가량 크게 증가했다.

    폭스바겐이 2023년까지 연간 전기차 100만대 양산 계획을 발표하는 등 주요 완성차 업체도 공격적인 전기차 양산 계획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중국 생산라인이 불안해지면서 올해 유럽향 배터리 출하를 더욱 늘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유럽에서도 감염이 빠르게 번지면서 배터리 시장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부터 해외 공장은 현지 인력 중심으로 정상 가동하고 있어 인력이나 공장 운영에 차질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확산세에 따라 글로벌 경기 침체 가시화, 자동차 회사에서 발주물량을 줄이는 등의 타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유럽의 주요국 누적 확진자 수는 △이탈리아 2만4747명 △스페인 7798명 △독일 5795명 △프랑스 4499명 △스위스 2217명 △영국 1372명 등이다.

    사망자 역시 이탈리아 1809명을 비롯해 ▲스페인 292명 ▲프랑스 91명 ▲영국 35명 ▲네덜란드 20명 ▲스위스 14명 ▲독일 11명 등으로 연일 증가세다. 32명의 누적 확진자가 보고된 헝가리에서는 이날 첫 사망자가 나왔다.

    유럽 내 누적 확진자는 총 6만7000여명이며 누적 사망자도 2만3000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가 퍼지는 대륙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