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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진단키트 중 국내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제품은 5개뿐인데도 불구하고, 이보다 많은 코로나19 진단키트들이 해외 진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들의 해외 수출이 연이어 성사되고 있다.
이날 씨젠과 솔젠트는 나란히 코로나19 진단키트가 필리핀 수출 허가를 받았다. 랩지노믹스는 중동에 코로나19 진단키트 5000 테스트 분량을 납품한데 이어 폴란드에 10만 테스트 분량을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바이오니아는 최근 루마니아에 코로나19 진단시스템·키트를 공급하는 24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실시간 역전사 중합효소연쇄반응(Real-Time PCR, 이하 RT-PCR)' 방식과 혈액을 활용해 검사하는 항체 진단 방식 등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개발된다.
RT-PCR 방식은 검사 시간에 평균적으로 6시간가량 소요되지만 정확도가 99%로 높기 때문에 질본은 긴급사용승인 대상을 RT-PCR 방식으로 한정하고 있다. 질본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업체는 코젠바이오텍, 씨젠, 솔젠트, 에스디바이오센서, 바이오세움 등 5개사뿐이다.
항체 진단 방식은 특별한 실험실이 필요 없고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실시할 수 있다. RT-PCR 방식과 달리 검사시간 10분 내외로 짧다. 이 때문에 항체 진단 방식으로 개발된 제품은 '신속진단키트'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정확도가 RT-PCR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 통상 50~7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질본에서는 긴급사용승인 대상으로 신속진단키트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바이오협회 체외진단기업협의회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중국 등에서는 항체 진단 방식도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를 개발한 국내 업체들은 해외 수출을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식약처에서도 신속진단키트에 대해 긴급사용 승인을 하지는 않지만 수출 허가는 내주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출하려면 우선 식약처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식약처의 수출 허가를 받은 기업은 코젠바이오텍, 씨젠, 솔젠트, 에스디바이오센서 등 RT-PCR 진단키트 개발업체 외에도 피씨엘, 랩지노믹스, 캔서롭, 진매트릭스 등이 있다.
여기에 '유럽체외진단시약 인증(CE-IVD, 이하 유럽 인증)'을 획득하면 유럽 각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의 국가에는 유럽 인증에 준하거나 각 나라의 인허가를 받아 수출을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먼저 유행했기 때문에 임상사용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이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미국, 유럽 등 서구권에도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강력 대응하기 위해 LDT(Laboratory Developed Test), 주정부 승인 권한 부여 등 다양한 응급대응 가이드라인을 내고 있다. 국내 진단업체들에게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저개발 국가에서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항체 진단 방식으로 개발된 신속진단키트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속진단키트는 RT-PCR 방식 대비 검사비가 저렴하다는 강점이 있다. 동남아, 중동 등의 국가들이 중국산 제품보다는 한국 제품을 선호하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체외진단기업협의회 관계자는 "해외보다 국내에 코로나19 유행이 먼저 되면서 국내 제조사들이 선제적으로 진단키트 개발이 가능했다"며 "검체를 구하기 쉬워 성능 검증도 상대적으로 수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제품은 이미 임상사용 실적이 있으니 해외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수십개국에서 중국산 제품보다는 한국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