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 성장률 2%도 위태…최악의 경우 1% 경고내수 부진 지속·트럼프발 경제적 불확실성 더 커질 상황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 발표… 서민 부담 덜기 박차두 차례 금리 인하에도 기업 구조조정 경제 개혁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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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제 지표가 악화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전향적인 내수·소비 진작 대책을 강구하라는 주문을 내놨다. 대통령까지 나서 이런 주문을 낸 것은 현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한국은행이 두달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침체된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고는 있지만, 고강도 내수 부양책 없이는 금리 인하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을 거란 판단에 전향적인 재정 확대와 감세 등 패키지 정책으로 대응하겠다는 암시적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일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전향적인 내수·소비 진작 대책을 강구하라"고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 경제 성장률 등 최근 악화된 경제 지표를 지적하며, 거시 경제 개선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응을 강조했다.우리 경제는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시대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수의 경우 산업생산, 소비, 투자 지표가 모두 감소하는 등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0.3%), 소매판매(-0.4%), 투자(-5.4%) 지표가 5개월 만에 또 동반 감소하면서 경제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매판매(소비)가 두 달째 내리막을 보이고 있으며, 수출도 주춤한 상황이라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두워 보인다.
이렇다보니 국내외 기관들이 전망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한국은행이 당초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 국제통화기금(IMF)은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로 예측하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도 최근 내년 성장률을 2.2%에서 1.8%로 하향 조정했으며 바클레이즈, 씨티, HSBC, 노무라 등은 각각 1.7~1.9%로 조정했다. -
정부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통해 마련된 상생안을 실행해 소상공인이 배달앱에 지급하는 중개수수료를 2.0∼7.8%로 낮춘다. 이를 통해 매출액 하위 20%인 점주의 배달앱 이용 부담은 3년간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상품권도 운영 중인 모바일상품권 민관협의체에서 상생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상생안에는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수수료 인하, 모바일상품권 정산 주기 단축, 소비자 환불 비율 95% 수준으로 상향 등이 담길 예정이다.
또 노쇼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를 막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 기준이다. 또 소상공인 업장에 대한 악의적인 리뷰나 댓글 피해 방지를 위해 소상공인 생업 피해 대응반을 구성한다.
정부는 민간 주도로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 가치 창출가(로컬 크리에이터)를 로컬브랜드로 육성하고 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상권을 글로컬 상권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약 5000개사 육성한다.
상권기획자 제도를 도입해 상권기획 전문인력을 오는 2027년까지 1천명 육성하고 상권 발전기금에 정부도 출연하는 것이 골자다. 이 외에 2027년까지 5000억원 규모의 민간 투자 유입을 촉진한다.
정부는 서민 부담을 덜기 위해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내년 2월28일까지 추가 연장한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2021년 11월 첫 인하 이후 이번이 13번째다. 올해 말까지 적용되는 발전연료 개별소비세 한시 인하(15% 경감)조치도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여건 등을 감안해 내년 6월30일까지 6개월 더 연장한다.
더불어 내년에는 물가 안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72개 품목에 대해 총 1조1092억원 규모의 할당관세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발전용 및 도시가스에 사용되는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관세율이 내년 1분기까지 3%에서 0%로 유지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유기재료 증착용 마스크(FMS) 등 5개 품목도 할당관세 적용 대상에 추가하기로 했다.
공급 물량 부족으로 가격 상승 우려가 있는 옥수수(가공용)·대두·설탕·감자전분 등 식품 원료에 대한 할당관세 지원은 유지된다. 가격 불안정으로 긴급 할당관세를 지원하는 카카오두·커피·오렌지농축액·무·당근 등 7개 품목은 정기 할당관세로 계속 지원한다. -
◇ 금리 인하에 내수 부양책 글쎄… 폴리시믹스 절실
우리 경제의 핵심인 수출호조를 내세워 낙수효과가 내수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정부는 그동안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여러 요인들로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이를 막고자 한은은 10~11월 두 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은의 금리 인하가 기대만큼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다음 날인 29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원 하락한 1395.6원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가 내수 부양 기대감을 일으켜 주가 지수를 올리는 경향이 있지만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95% 하락한 2455선에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내수 부양책과 함께 규제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이 경제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개선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개혁의 시급성과 필요성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정책 추진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 개혁이 제 시기에 처리되지 않으면 향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순차적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중·장기적인 노동과 교육 개혁도 바로 추진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나아가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기업 구조조정과 경제 개혁을 동시에 진행해야하는 만큼 재정과 통화의 폴리시믹스(policy-mix, 정책 조합)가 절실하다고 제언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그동안 누적된 금리 부담에 내수는 내년에도 당분간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내수 부양을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함께 추경을 편성하는 등의 정책 조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