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 성장률 2%도 위태…최악의 경우 1% 경고생산·소비·투자 5개월만에 또 동반감소에 수출도 둔화 트럼프발 '관세폭탄' 등 경제적 불확실성 더 커질 상황구조개혁 지체…"성장률 끌어올리려면 개혁 만이 답"
  • ▲ 여의도 빌딩숲 ⓒ뉴데일리DB
    ▲ 여의도 빌딩숲 ⓒ뉴데일리DB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올해 2%대 성장도 위태로운 상황에서 내년과 내후년에는 1%대 후반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내수 회복이 더딘데다 수출 증가세도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주요국들을 상대로 한 '관세 폭격' 등 경제 정책을 대폭 전환할 가능성에 불확실성마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1.9%로 예상된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종전 전망치인 2.1%에서 0.2%포인트(p)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 전망치는 국내외 기관의 전망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나란히 2.0%를 제시한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보다 각각 0.1%p 낮다.

    한은은 "내년에는 소비를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주요 산업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의 관세 정책 등으로 무역 갈등이 격화할 경우 내년 성장률은 1.9%, 내후년 성장률은 1.7%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내놓았다.

    트럼프가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중시하며 대대적인 고율 세 정책을 예고하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에 따라 연간 수출이 450억달러 감소하고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약 0.29~0.67%p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내년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IMF와 KDI는 최근 내년 경제 성장률이 1%대에 이를 가능성을 경고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내년 성장률은 2.2%에서 1.8%로 낮췄고 바클레이즈, 씨티, JP 모건, HSBC, 노무라도 1.7~1.9%로 조정했다.

    GDP 성장률 통계를 집계한 1954년 이후 성장률이 2%를 밑돈 해는 1956년(0.6%), 1980년(-1.6%),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0.7%), 지난해(1.4%) 등 여섯 번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산업생산(-0.3%), 소매판매(-0.4%), 투자(-5.4%) 지표가 5개월 만에 또 동반 감소하면서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우리 경제를 더 깊은 수렁에 밀어 넣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소매판매(소비)가 두달 째 내리막을 보인데다 수출도 주춤한 상황이라 향후 전망은 더 어둡기만 하다. 

    우려스러운 점은 당장의 성적표보다 잠재 성장률이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잠재 성장률이란 노동력과 자본 생산성을 활용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경제 성장률을 의미한다. 즉, 정부가 인위적으로 돈을 풀거나 국가 주도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이 줄어들면서 잠재 성장률이 올해 2.2%에서 2028년까지 2.0%로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설상가상으로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50년 뒤 세계 경제를 전망하며 한국이 2075년에는 말레이시아와 나이지리아에 밀려 세계 15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저성장의 늪에 빠진 데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44.4달러로 집계됐다. OECD 회원국 중에서는 2022년 기준 38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노동 생산성이 부진한 상황에서 저출산 심화로 노동 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5~49세 인구는 2022년 1860만 명에서 꾸준히 감소해 2060년에는 91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규제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이 경제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개선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개혁의 시급성과 필요성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정책 추진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최우선 순위로 매겨졌다. 윤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3대 개혁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이들 개혁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하지만 이해당사자의 저항과 정치적 논란 등으로 큰 힘을 얻지 못했다. 국회에서 다수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말로만 민생을 외칠 뿐 탄핵과 방탄에 몰두해 적절한 구조개혁 논의를 늦춰왔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수출 또한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 경제 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수 있다"라며 "한국과 같은 개방형 경제 구조에서는 경착륙이 발생할 경우 위기가 올 수 있으므로 연착륙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시기에는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재정 확대나 대출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 개혁이 제 시기에 처리되지 않으면 향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순차적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중·장기적인 노동과 교육 개혁도 바로 추진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내리는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 80% 이상이 예상한 동결 전망을 뒤집은 결정이었다. 계속되는 경기 둔화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이다. 지난달 금리를 0.25%p 내리며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을 전환한 이후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기존 시장은 내년에 기준금리가 2.50%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