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연일 개인 순매수로 상승…하방 완충전문화된 개인투자 패턴 기대감…코로나19로 인한 변동성에 우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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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저가매수를 노린 개미군단의 역대급 매수세가 연일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일명 '동학개미운동'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1450선으로 내려갔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31일 1750선에 안착했다. 코스닥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9일 420선으로 내려간 코스닥 지수는 6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며 지난 31일 560선 후반까지 올랐다. 이날 10시50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 대비 0.2% 오른 1757.44, 코스닥은 1.17% 오른 575.78에 거래되고 있다.

    패닉 증시 국면을 벗어난 데는 국내외 금융당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저가매수 기회를 노린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돼 주가를 방어한 덕분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증시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주식을 사들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올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21조3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 4조4830억원, 2월 4조8973억원에 이어 지난달에는 2거래일을 제외하고 역대급 순매수 행진을 보이며 11조6530억원어치 주식을 매수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3월 한 달간 1조1869억원어치 코스닥 주식을 사들인 반면 개인들은 2배 가까운 2조98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1, 2월에는 순매수 규모를 합치면 6조원이 넘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가격 매력이 높아졌고, 저금리 상황에서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지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최근 대형증권사 MTS의 접속 지연 오류가 잇따를 정도다.

    이 가운데 주식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연초 29조8599억원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 30일 기준 43조45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개월 새 67%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저가매수를 노린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투입은 더욱 늘어날 여지가 있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명 '동학개미운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은 개미들의 순매수 행렬을 일컫는 신조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서 최대 화두는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집중적 주식 매집으로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던 외국인의 대대적인 엑소더스에 맞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는 흥미로운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면서 "(과거와 달리 개인들의) 투자 종목과 투자 기간이 단기 차익보다는 배당 및 안정적 이익을 꾸준히 추구하는 장기투자자 성격이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 연구원은 "올해 개인 순매수 중 거래대금 상위 3개 종목 중 삼성전자가 51%로 '적어도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지금보다 좋아진다'는 믿음이 강하게 깔려있다"며 "지난 2008년 개인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규모로 매도하고 중소형주와 테마주 중심으로 매수했던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고 말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통상적으로는 외국인의 현·선물 순매수 복귀가 시장 정상화의 관건이지만 최근 개인들의 순매수 행렬로 잠재적 하방 완충력과 반등 탄력이 동시에 한층 강화된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코로나19 파장이 글로벌 매크로 환경의 괴멸적 상황 변화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면 이번 사이클의 최종 승자는 외국인이 아닌 개인"이라면서 "개인 및 가계의 코스피 대형주 시장 외면과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를 위시한 간접 투자기구에 대한 불신을 떨치는 한국 자본시장의 역사적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경기 침체에 따른 우려와 변동성 확대 가능성 또한 여전하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회복이 이어지려면 우선 코로나19의 확산이 진정되고 미국의 신용 위험이 완화되며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 부진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 과정은 4월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까지 역성장할 전망인데 이를 고려할 때 증시 조정이 마무리되는 시기는 1분기보다는 2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금이 남아 있는 투자자라면 지금은 분명히 좋은 투자 기회이지만, 주식의 투자 비중은 실물 경제 둔화를 반영한 2차 주가 조정기에 늘리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