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준의 재계 프리즘] 2017년 해운업 붕괴 '데자뷰'"일단 살리고 보자" 각국 정부 무제한 지원한국정부만 오너출연·특혜운운 한가한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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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 사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허사가 된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 전체가 붕괴됐지만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보면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기회를 놓치고 탄식할 모습이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 한진해운 파산과 현대상선(현 HMM)이 채권단 산하로 들어가는 등 해운업이 몰락했던 일을 벌써 잊었는지 되묻고 싶다.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2016년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17년 2월 끝내 파산 했다.

    국내 2위, 세계 14위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 등 자구노력이 반영돼 KDB산업은행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현재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경영정상화는 묘연하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영업손실 2997억원을 기록했다. 적자폭이 줄었지만 2015년 2분기부터 19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당시에도 해운업계에서는 정부가 빨리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을 살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대한민국 해운업은 몰락했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때를 놓치면 뒤늦게 지원해봐야 소용이 없다. 더 많은 지원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반면 중국, 독일을 비롯한 해외 각국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침체된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엄청난 지원을 했다. 이같은 지원은 2008년~2009년부터 이뤄졌다. 덕분에 유럽이나 중국의 해운업은 경쟁력을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는 이때 이미 한번의 타이밍을 놓쳤고 2016년에 또 한번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항공업 줄도산 위기에 또 늑장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국적 항공사 여객기 374대 중 87%인 324대는 하늘이 아닌 공항 활주로에 멈춰 있다. 현재 95% 이상의 여객 수요가 감소해 사실상 폐업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항공사의 매출 피해 규모는 6조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한항공만 해도 매월 6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오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직원 휴업을 실시한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대한항공 전체 임직원수는 1만9000여명이다. 이들의 70% 이상이 휴업에 동참하게 된다. 휴업 중에는 평균급여의 70%만 받는다. 직원들 모두가 최악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고통분담을 한다.

    임원들도 마찬가지다. 4월부터 부사장급 이상은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국제선의 경우 90% 이상이 운항이 중단된만큼 노사가 구조조정이 아닌 함께 가자는 취지로 버티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모든 직원이 4월에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임직원수는 9000여명이다. 그만큼 이들의 급여가 줄어 들게 된다, 임원들은 급여의 60%를 반납한다.

    이스타항공은 300명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희망퇴직 공고를 냈다. 다른 저비용항공사(LCC)들도 휴직과 급여 삭감 등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은 사실상 무제한의 항공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뚜렷하고 전폭적인 지원책을 아직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급한데 언제쯤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항공업계에서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대기업 특혜 시비에 대한 우려, 항공업 특성상 부채비율 높은 것 등 여러가지 이유들로 문재인 정부는 항공업 지원을 주저하는 것 같다. 항공업계뿐 아니라 경제계 모두의 공통된 목소리는 일단 살려놓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 늦으면 살리고 싶어도 살리지 못한다. 어쩌면 골든타임을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도 든다. 서둘러야 한다. 지금 당장.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