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코스닥 '대개편' 연기금 평가 벤치마크에 코스닥 지수 포함 AI·우주·에너지 맞춤형 특례상장도 도입 부실기업은 '조기 퇴출', 상장 폐지 심사 속도주관사 '공모가 뻥튀기'시 실적 괴리율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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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천스닥'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 '다산다사(多産多死·많이 상장하고 많이 퇴출시킨다)' 카드를 꺼내 들었다.

    AI(인공지능)·우주 등 첨단 기술 기업의 상장 문턱은 대폭 낮추되, 한계기업은 신속히 퇴출해 시장의 역동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또한 '큰 손'인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금운용평가 기준을 손질하고, 개인투자자 피해를 야기하는 '뻥튀기 상장'과 '무분별한 중복상장'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코스닥 시장이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라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고, 코스피 4000 시대를 뒷받침하는 성장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치다.

    ◇ "들어오긴 쉽게, 나가는 건 빠르게" … 상장·퇴출 시스템 전면 개편

    금융위는 우선 혁신기업의 원활한 진입을 위해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전면 도입한다. 현재 바이오 산업에 국한된 맞춤형 심사 기준을 올해 안에 AI, 우주산업, 에너지(ESS·신재생) 등 3대 핵심 전략 기술 분야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분야별 기술 자문역(60명 내외)을 위촉해 심사의 전문성과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반면,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퇴출의 칼날을 세운다. 금융위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상장폐지 면제 기간(5년) 동안 당초 심사받은 기술과 무관한 사업으로 주된 사업목적을 변경할 경우, 즉시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올리기로 했다. 바이오 기업으로 특례 상장한 뒤 암호화폐나 엔터테인먼트 등 전혀 다른 사업으로 '간판'만 바꿔 달아 연명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것이다.

    또한 거래소 내 상장폐지 심사 담당 조직을 기존 3개 팀에서 4개 팀으로 늘려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2026년부터는 시가총액 상장폐지 요건을 현행 4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상향해 부실기업 퇴출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 "연기금 돈줄 코스닥으로 튼다" … 기관 수급 기반 확충

    개인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변동성이 큰 수급 구조도 손질한다. 금융위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기금운용평가 시 기준수익률(벤치마크)에 코스닥 지수를 일정 비율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대다수 연기금이 코스피 지수만을 기준으로 삼아 코스닥 투자를 외면하는 관행을 깨기 위해서다.

    코스닥 시장의 주요 기관투자자인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혜택도 늘린다. 세제 혜택 한도를 현행 3000만 원보다 확대하고, 공모주 우선 배정 비율을 기존 25%에서 30%로 높여 펀드 매력도를 키운다. 아울러 2026년 도입 예정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도 세제 혜택 신설을 적극 검토하고, 자산운용사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탈(VC)도 BDC를 운용할 수 있도록 인가 요건을 완화할 계획이다.

    ◇ '공모가 뻥튀기' 주관사 책임 강화 … '문어발 중복상장' 제동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보호 장치도 강화된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주관사가 써낸 추정 실적과 상장 후 실제 실적 간의 차이(괴리율)를 주관사별로 비교 공시하도록 해, 공모가를 부풀리는 관행을 견제한다. 또한 일반 투자자가 풋백옵션(환매청구권) 권리를 몰라서 행사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주관사가 단계별로 안내를 의무화하는 프로세스도 구축한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 외에도 M&A나 신설을 통한 자회사의 무분별한 중복 상장에도 제동을 건다. 금융위는 물적분할뿐만 아니라 인수·신설 등 모든 형태의 중복 상장에 대해 세부 심사 기준을 상장 규정에 명문화해 모회사 주주가치를 침해하는지 면밀히 따지기로 했다.

    한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영평가 체계도 뜯어고친다. 코스닥본부를 다른 본부와 분리해 별도로 평가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북 인 북(Book in Book)' 방식의 독립 평가제를 도입해 내부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코스닥 시장은 혁신·벤처기업의 요람인 만큼 우리 기업의 진정한 성장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