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기업 6년간 68개...美 2018년만 886개 기업 회기 '대조'외국인 직접투자 20.6% 감소, 캐나다·인도 등 첨단기술 보유국 行파격혜택 쏟는 선진국에 밀려 실적 저조…정부 투자유치 전략 절실
  • ▲ LG전자는 휴대폰에 이어 TV생산라인까지 해외로 이전하는 결정을 내렸다.ⓒ뉴데일리 DB
    ▲ LG전자는 휴대폰에 이어 TV생산라인까지 해외로 이전하는 결정을 내렸다.ⓒ뉴데일리 DB
    규제가 점점 강해지고 세금은 무거워지는 탓에 외국 자본은 떠나가고 떠나간 한국기업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19 대책을 준비하면서 '리쇼어링(유턴기업 지원)'을 한국판 뉴딜프로젝트와 함께 양대 주력정책으로 내세웠지만 파격적인 혜택을 쏟아내는 다른 선진국에 밀려 이렇다할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초 취임 3주년 대국민담화에서 "한국기업 유턴은 물론 해외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며 본격적인 리쇼어링 정책 추진을 공언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6월초 확정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소비 및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 기업 리쇼어링 대책 등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돌아오기는 커녕 계속 떠나는 국내기업

    리쇼어링(reshoring,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은 2013년 12월 시행된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과 함께 시작됐다. 하지만 법 시행 7년이 지나도록 실적은 신통치 못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시행 첫해인 2014년 22개 기업이 국내로 돌아온 이후 2015년 4개, 2016년 12개, 2017년 4개, 2018년 10개 기업만 다시 한국으로 복귀했다. 5년간 52개 기업만 한국으로 회귀한 셈이다.

    지난해는 한국과 일본의 수출갈등으로 촉발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육성 정책으로 유턴기업이 16개로 다소 늘었지만, 여전히 시행 첫해 실적을 넘지 못하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한국기업의 해외진출은 더 많은 자본과 더 넓은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해외직접투자(ODI)는 2014년 285억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618억달러를 돌파했다. 불과 5년만에 2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최저임금 급등으로 인건비 절감이 절실한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이 많았던 초기 기업 탈출 현상은 주 52시간제 시행, 법인세 인상, 내수 소비 위축 등이 겹치면서 대기업의 탈한국 러시로 이어지고 있다. 휴대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옮긴 LG전자가 이번에는 구미공장 TV생산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인도네시아 TV공장을 아시아 시장 공급을 위한 거점 생산지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생산지 효율화를 통해 TV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 한국의 ODI, FDI 추이ⓒ한국경제연구원
    ▲ 한국의 ODI, FDI 추이ⓒ한국경제연구원
    외국 자본도 떠난다, 직접투자 지난해 20.6% 감소

    한국이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는 방증은 급격히 유출되는 외국투자자본 규모롤 확인할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21일 OECD,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등 국제기구의 세계 해외투자 데이터베이스를 종합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105억6600만달러로 2018년 133억달러에 비해 20.6% 감소했다.

    특히 작년 투자된 외국자본 105억달러 중 98억달러는 4분기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8월 일본과의 무역갈등으로 소재·부품·장비 관련 외국인 투자에 대한 현금지원 비율을 30%에서 40%로 상향하고, 외투지역 입주시 임대료를 최대 50년간 무상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1~3분기 외국인 투자는 134억불에 불과해 한국은 사실상 투자 외면국가로 전락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한국에서 빠져나간 외국 투자자본은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다른 선진국으로 빠져나갔다.

    한국 투자금이 20.6% 감소한 지난해 OECD 36개 회원국에 투자한 자금은 전년대비 6.3% 증가한 8668억원달러를 기록하면서 3년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파격적인 투자 혜택을 제공하고 첨단업종이 집중된 캐나다, 인도의 약진세가 돋보였다. 19%였던 법인세를 최대 9%까지 낮춘 캐나다의 경우 2018년과 2019년 외국인 직접투자가 각각 63.6%, 15.8% 씩 증가했다. 일본도 꾸준한 투자유치 정책으로 최근 3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지난해 145억불을 투자받아 한국을 제쳤다.

    무거워지는 세금과 규제, 안정성 내세워 투자 유치될까

    문재인 대통령은 리쇼어링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가 됐다"며 "세계는 이제 값싼 인건비보다 혁신역량과 안심 투자처를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혼란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방역과 검역 시스템을 보여준 한국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로 진출한 한국기업 중 5.6%만 유턴해도 국내 일자리는 13만개가 새로 창출된다. 자동차·전기전자·금속·화학 등 대표적인 한국 주력산업들이다. 이 경우 발생하는 국내 생산 및 부가가치유발액은 각각 40조원 13조1000억원이었다.
  • ▲ 한국의 ODI, FDI 추이ⓒ한국경제연구원
    그러나 안정성을 앞세운다 하더라도 최근 몇년간 강화된 규제와 무거워진 세율은 여전히 기업들을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타격이 큰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전통적인 선진국들이 펼치는 강력한 리쇼어링 혜택은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부터 트럼프 정부까지 일관된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며 2017년 624개, 2018년 886개 기업의 복귀를 성공시켰다. 2010년 출범한 리쇼어링 이니셔티브 재단과 같은 사회적 지원도 활발하다. 연방정부는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규제완화, 연구·개발비와 공장 이전비 등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일본 역시 아베 총리가 리쇼어링 기업 20억달러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기업유치 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때문에 한국도 더 많은 유턴기업과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혜택을 추가적으로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리쇼어링은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할게 아니라 철저히 기업의 논리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며 "경직된 노사관계, 주52시간제 등 과도한 규제, 법인세 감면 등 인센티브 등 기업들이 원하는 문제를 과감하게 해결하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AI 등 첨단업종 외국인 직접투자가 활발한 캐나다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 정부도 의료서비스·AI·빅데이터 등 디지털경제,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 소재․부품․장비 자립 관련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 정책개발 및 외국인 투자유치 IR 활동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