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대부분 사실관계 및 법리적 다툴 여지 있어"합병비율 자본시장법 따라 산정… "반론의 여지 없다"삼성물산 주주 피해?… 삼바 성장에 2배 넘게 이익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검찰이 경영권 승계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실제 구속을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에서 제기한 혐의 대부분이 입증되지 않은 만큼 사실관계 및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고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 및 학계에서는 검찰이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에서 여론을 의식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이 부회장의 기소를 염두에 두고 무리한 수사를 강행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진단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지난 4일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을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의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의 이번 조치는 기소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삼성 측 방어에 맞불을 놓은 격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기소 타당성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전문가의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달라는 셈이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기소 남용권에 대한 비판이 일자 지난 2018년 검찰 개혁 차원에서 도입됐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여부 등을 법조계·학계·언론계 등 외부 전문가의 판단을 받아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에 강제력은 없지만 관련 운영지침에 따라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존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검찰이 '국민 신뢰 포기'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초강수를 둔 것은 조급함을 방증해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만약 심의위가 기소쪽으로 가닥을 잡은 검찰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의견을 낼 경우 수사팀은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 1년 8개월이라는 장기간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어 무리한 수사 및 인권침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그간 50여 차례 압수수색 및 110여 명에 대한 430여회 소환 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의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검찰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검찰이 문제로 제기하는 합병 혐의는 명확한 증거가 없고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많다"며 "검찰의 오해에서 비롯돼 무리하게 수사가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며 "이미 검찰이 기소할 것으로 예견했기 때문에 필요한 절차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계에서는 검찰의 짜맞추기식 수사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이미 법원에서도 문제없다는 판결을 내린 사안인데도 무리하게 경영권 승계를 엮고 있다는 시각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논란의 핵심 쟁점은 합병비율이다. 

    지난 2015년 5월 양사 합병 발표 당시 제일모직의 시총은 25조원, 옛 삼성물산 시총은 8조6000억원으로 제일모직 자산은 삼성물산의 3분의 1, 매출은 5분의 1에 불과했다. 

    이에 제일모직 대 삼성물산 합병 비율은 1대0.35로 정해졌다. 제일모직 시총이 삼성물산보다 3배가량 높이 평가된 것이다. 

    검찰은 이 합병 비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이 조직적으로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를 낮춰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카타르 발전소 공사 수주를 합병 뒤인 7월 말 공개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카타르 발전소 수주 지연 공시 의혹의 경우 당시 삼성을 둘러싼 상황만 놓고 보면 설득력이 없다. 

    삼성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이를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표 대결을 벌이던 시기다. 삼성 입장에서는 소액주주 한명 한명의 위임장을 받기 위해서라도 주가를 올릴만한 호재를 알리는 것이 유리했다.

    치열한 다툼 끝에 국내 기관투자자 가운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7월10일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를 열고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지며 마무리됐다. 

    만약 삼성이 시세를 조종하려 했다면 7월10일 이전 카타르 발전소 수주 사실을 알렸어야 했다. 삼성물산이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수주 사실을 공시한 것을 보면 시세를 조장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 

    합병 비율 역시 마찬가지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합병비율 산정은 자산가치가 아닌 주가를 근거로 산정됐다는 점에서 반론의 여지가 없다. 상장법인의 합병비율 산출 방식대로 ▲최근 1개월 평균 종가 ▲최근 1주일 평균 종가 ▲최근일 종가를 반영한 이상 위법 여부를 따질 수 없다.

    우리나라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합병가액을 합병당사자의 협상결과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는 외국 입법례에 비해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특검 수사와 수십 차례 재판 과정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집중적으로 살펴봤지만 회계기준에 대한 문제는 전혀 제기되지 않았다. 

    2015년 7월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낸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엘리엇이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제기한 '합병비율 불공정' 주장을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지난 2017년에는 일성신약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무효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는 당시 삼성물산의 옛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 무효 소송에서 "합병 절차에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밝힌 바 있다.

    검찰이 제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 혐의 입증도 쉽지 않다. 

    삼성의 바이오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삼성의 바이오 '비전' 실현이 현실화된 것은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 기준으로 국내 3위, 40조 규모의 초대형 회사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합병 당시 추정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18~19조원)가 부풀려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최근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갖고 있던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통해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검찰은 합병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2배 넘게 이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문제도 시기 등을 고려해도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실제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이사회 결의 시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변경(2015년 말) 시점이 다르다. 국정농단 사건 특검 수사와 수십 차례 재판 과정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집중적으로 살펴봤지만 회계기준에 대한 문제는 전혀 제기되지 않았다. 

    최준선 명예교수는 "삼성물산이 합병 이후 2016년 호주 광산 개발서 손실이 발생하는 등 정황만 놓고 보면 주가를 임의로 조정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합병 비율 등은 법리 문제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