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등 순위상승에 '경제성과' 나홀로 제자리걸음'기업효율성' 2년 연속 오름세… 경쟁력 상승 원동력방역·실업지원책 등 코로나19 대응이 긍정적 영향 끼쳐경제전문가 "정부는 초기 혼란만 가중… 국민이 잘한 것"
  • ▲ 실업급여 설명회장.ⓒ연합뉴스
    ▲ 실업급여 설명회장.ⓒ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경제성과'가 제자리걸음을 했는데도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라는 돌발변수가 평가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일부 평가항목에 거품이 끼어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16일 기획재정부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산하 세계경쟁력센터(WCC)가 발간한 '2020년 국가경쟁력 연감'에서 우리나라가 총 63개국 중 23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성적은 28위였다. 5계단 올랐다. 이는 2000년 이후 최대 폭의 상승이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인 2011년~2013년 MB(이명박) 정부 때 기록한 최고 순위(22위)에 근접했다.

    인구 2000만명 이상 국가로 범위를 좁히면 총 29개국 중 캐나다(8위)·미국(10위)·대만(11위)·독일(17위)·호주(18위)·영국(19위)·중국(20위)에 이어 8위다. 역대 최고였던 2012년과 같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구 5000만명 이상인 '30-50클럽'에 포함된 7개국 중에선 미국·독일·영국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 ▲ 코로나19 선별진료소.ⓒ뉴시스
    ▲ 코로나19 선별진료소.ⓒ뉴시스

    IMD 국가경쟁력 순위는 4대 분야 20개 부문 235개 세부항목 평가를 바탕으로 매겨진다. 한국은 '경제성과'(27→27위) 분야가 지난해 수준에 머물렀고, 나머지 '정부 효율성'(31→28위) '기업 효율성'(34→28위) '인프라'(20→16위) 분야는 모두 순위가 올랐다.

    그러나 평가항목과 내용을 들여다보면 마냥 좋아할 만한 성적표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먼저 '경제성과'를 보면 지난해와 같은 27위였다. 국내경제(16→10위), 국제무역(45→41위), 물가(53→48위)는 순위가 상승했다.

    반면 고용(10→12위) 부문은 뒷걸음질했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둔 분야가 일자리였음에도 성적이 떨어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용증가율(55→33위)이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도 순위가 하락한 것은 실업률(18→20위)과 공공부문 고용비중(9→12위) 항목에서 순위가 하락한 게 원인이다. 정부가 고용지표 올리기에 열중하면서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재정 일자리를 확대했을 뿐, 정작 민간부문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지난해도 경제성과(20→27위)에서 하락 폭이 제일 컸다.

    '정부 효율성'도 주목할 부분이 있다. IMD는 제도적 여건(33→29위), 기업 관련 규제(50→46위), 사회적 여건(39→31위)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재정 씀씀이와 관련해선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재정(24→27위)과 조세정책(18→19위)은 순위가 내려갔다. 특히 재정수지(3→13위)와 정부부채 증가율(40→50위)은 내림세가 컸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운용도 한몫했지만, 현 정부 들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남발한 것도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이 분야 순위는 31위로 2018년(29위)보다 2계단 하락했다. 올해 순위 상승을 견인한 항목은 정부 보조(32→13위), 실업지원제도(40→28위), 정부정책 투명성(42→32위) 등이다. 코로나19 대응이 영향을 끼친 셈이다.

    '기업 효율성'은 지난해(34위)보다 6계단이나 상승했다. 생산성(38→38위)과 금융시장(34→34위)은 변동이 없었지만, 경영활동(47→36위), 경영진에 대한 신뢰감(59→47위), 기업회복력(28→13위), 기업의 위기대응력(43→24위), 국민의 위기대응 수준(41→27위) 등에서 호성적을 거뒀다. 이 분야는 지난해도 43위에서 34위로 9계단이나 올랐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상승을 견인하는 원동력인 셈이다. 이번 평가를 위한 설문조사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4월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의 위기대응 수준 등에 관한 좋은 평가는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인프라' 분야는 지난해 20위에서 올해 16위로 4계단 올랐다. 과학 인프라(3→3위)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호평을 받았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선 보건·환경 인프라(32→31위) 상승이 눈에 띈다. 교육 부문(30→27위)에선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기반으로 한 교육평가(9→6위)와 대학교육 경쟁력 강화(55→48위) 등에서 순위가 올랐다.

  • ▲ IMD 국가경쟁력 순위.ⓒ뉴시스
    ▲ IMD 국가경쟁력 순위.ⓒ뉴시스
    일각에선 이번 평가가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이라는 특수한 돌발상황에서 이뤄지면서 일부 평가항목에 거품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건인프라와 기업의 신용대출 용이성(49→44위), 실업·구직지원제도(40→28위) 등의 평가항목은 정부가 실업 관련 대책을 집중적으로 쏟아내고 관련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면서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전문가는 "이번 성과는 코로나19 사태에 국민과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등 어려움을 이겨내려고 애쓴 성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 대응 초기 마스크 대란을 일으키는 등 우왕좌왕하며 혼란만 부추겼던 정부가 이제는 마치 정부가 오롯이 대응을 잘해서 국가경쟁력이 오른 것처럼 호도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17일 민관 합동 국가경쟁력 정책협의회를 열고 국가경쟁력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평가에서 1위는 2년 연속으로 싱가포르가 차지했다. 다음으로 덴마크, 스위스, 네덜란드, 홍콩이 뒤를 이었다. 미국은 미·중 갈등에 따른 국제무역 악화와 공공재정, 고용·노동시장 부진의 영향으로 지난해 3위에서 올해 10위로 내려앉았다. 중국도 지난해 14위에서 올해 20위로 순위가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