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벤틀리·롤스로이스 90%가 법인 명의"비용처리 쉽다"… 딜러도 구매자도 선호싱가포르, 법인 구매 불허… 탈루 원천 차단
  • ▲ 람보르기니 우라칸 RWD 스파이더 ⓒ뉴데일리 DB
    ▲ 람보르기니 우라칸 RWD 스파이더 ⓒ뉴데일리 DB
    올해 들어 ‘억(億)’은 기본인 슈퍼카 판매가 급증한 가운데, 대부분이 법인 명의 구매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수입차를 개인적으로 쓰면서 법인용으로 등록해 세금을 탈루하는 ‘무늬만 회사차’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의 관리와 대응이 허술해 사실상 일손을 놓고 탈세를 눈감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등록된 람보르기니 115대 중 법인 이름 구매는 106대로 92.1%를 차지했다. 출퇴근에 거래처 방문, 회의 참석 등 업무를 보기 위해 3억원에 달하는 슈퍼카 람보르기니를 타는 것이다.

    벤틀리와 롤스로이스도 마찬가지다. 올해 1∼5월 팔린 벤틀리(78대)의 법인 구매 비율은 82.0%(64대)에 달한다. 초호화 고급 세단인 롤스로이스는 59대 중에서 56대인 94.9%가 법인 명의로 등록됐다.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 중인 독일 스포츠카 포르쉐는 3433대 중 법인 구매가 2244대로 65.3%나 됐다. 이탈리아 마세라티도 336대 중에서 법인 비율이 82.1%(276대)를 기록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슈퍼카와 초호화 고급 세단이 국내에서 유독 많이 팔리는 것은 법인 명의로 사서 비용 처리를 하기 수월해서다. 이를 악용해 실제로는 개인이 이용하면서 법인 명의로 구매하고 유지비도 법인이 내도록 하고 있다.

    고가 수입차를 파는 한 딜러는 “개인 돈으로 사는 소비자는 10명 중 1명꼴로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법인 구매 시 감세 효과가 많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인 구매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면서 “개인 구매보다 일부는 더 큰 혜택을 마련, 공격적인 판촉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행위는 결과적으로 탈세다. 구매 비용은 물론 기름값 등 유지비까지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 경우 영업이익이 줄어들어 법인세나 소득세도 덜 내게 된다.

    정부는 무늬만 회사차를 규제하기 위해 2016년부터 ‘업무용 승용차 비용특례제도’를 도입했다. 연간 처리할 수 있는 구매 비용을 최대 800만원으로 제한했다. 이와 함께 유지비 등을 합쳐 1000만원 이상 인정받고자 하면 운행기록부를 작성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그러나 법인 이름으로 슈퍼카를 사는 것은 줄어들긴 커녕 늘었다. 한도를 넘는 금액은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는 데다 운행기록부 검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운행기록부를 쓰지 않고 비용 처리할 수 있는 한도를 기존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완화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법인 명의로 굴리는 슈퍼카는 대부분 탈세가 의심된다”며 “최고경영자(CEO)나 가족 구성원이 타면서 비용 처리는 회사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지비와 사고 수리비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차를 직원이 몰겠냐”면서 “정부는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 모른 척 한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과세 체계에 생긴 구멍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내버려 두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미국, 싱가포르 등의 사례를 참고해 규제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싱가포르는 법인 이름으로 구매하는 것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등록 절차를 강화하고 운행기록부를 철저히 관리 감독하는 등 허술한 법체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억대 슈퍼카 6대를 자가용으로 쓴 사례를 적발하는 등 대상자 총 24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