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제로화 1호' 인천공항공사, 보안검색원 직고용 후폭풍공개채용에 '고용불안' 호소… 기존 정규직노조 '형평성' 문제 제기도공, 요금수납원 직고용 여진에 몸살… 자회사行 직원 눈치 보여작년 민간부문 비정규직 86만명 폭증…정규직 전환 마중물 역할
  • ▲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사장이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사장이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조직 내부와 사회의 갈등과 반목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간부문 정규직 전환의 마중물 역할을 기대했지만, 민간의 정규직화는 탄력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치적 쌓기와 공공부문,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가는 양상이다.

    24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이달 말 계약이 끝나는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일단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로 임시 편제한 뒤 다음 달부터 채용절차를 밟아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할 계획이다. 다만 정규직 전환 선언 이후 협력사에 입사한 노동자는 공개경쟁을 거쳐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 9785명 중 공항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통제(30명), 여객보안검색 등 생명·안전과 밀접한 분야 2143명은 직고용하고, 공항운영(2423명)과 공항시설·시스템(3490명), 보안경비(1729명) 등 7642명은 3개 전문 자회사로 각각 전환할 예정이다.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비정규직 제로화를 천명했던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 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 발표를 두고 안팎에서 반발과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직고용 논란에 휘말린 보안검색 노조는 전체 보안검색요원 중 30∼40%가 공개경쟁을 거쳐야 한다며 고용 불안을 조장한다고 반발한다. 기존 인력에 대한 가점이 없어 탈락자가 상당수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존 노조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보안검색요원이 직고용되면 수가 기존 공사 직원(1500여명)보다 많아져 노조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어서다. 좁은 취업문을 어렵게 뚫고 들어온 기존 직원과 정부 정책으로 무임승차하는 직원이 같은 처우를 받게 되면 역차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공사의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다른 비정규직도 동요하고 있다. 당장 1700여명에 이르는 보안경비 노동자도 보안검색요원처럼 직고용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파문이 더 커질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공항공사나 인천항만공사 등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된 다른 공공기관의 보안검색 요원도 인천공항처럼 직고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취업준비생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이 더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 ▲ 요금소 수납원 시위.ⓒ연합뉴스
    ▲ 요금소 수납원 시위.ⓒ연합뉴스

    톨게이트(요금소) 수납원 직고용 문제로 홍역을 치른 한국도로공사는 아직도 여진에 시달리고 있다. 김진숙 도공 사장은 23일 세종 시내 모 식당에서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요금수납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아직 풀 숙제가 남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직고용 문제로 진통을 겪을 때 (수납원이) 직고용돼서 본사에 오면 할 일이 청소밖에 없다고 했다. 그때는 (수납원들이) '신경 안 쓴다'고 했는데 막상 오고 나니 사정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서 "함수가 복잡하다. 큰 틀은 정리가 됐는데 세부적으로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자회사()로 간 분들이 지켜보고 있다. 정부 정책에 협조해서 (자회사로) 갔는데 안 가고 남은 분들이 직고용되고 (본사에서) 더 좋은 일 하고 더 많이 벌면 안 되지 않느냐"며 "그렇게 되면 자회사로 간 분들에게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부연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자회사로 간 수납원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다행히(?) 직고용된 수납원의 평균 나이가 50세가 넘는다"면서 "(자사회로 간 분들은) 공공기관 지정을 요구했는데, 거의 다 됐다. 기획재정부와 마지막으로 협의해서 다음 달까지 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약으로, 정규직 전환에 따른 내부 갈등이 봉합될 때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 ▲ 채용게시대.ⓒ연합뉴스
    ▲ 채용게시대.ⓒ연합뉴스

    정부는 애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민간으로 확대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고 노조 중심의 노동정책으로 말미암아 노동시장이 경직되면서 정규직 전환의 파급 효과가 탄력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공공부문 근로자는 총 19만3252명이다. 정부가 올해까지 목표로 세운 20만5000명의 94.2% 수준이다. 이는 공공부문 기관 853곳을 대상으로 한 1단계 사업 실적이다.

    민간기업의 비정규직 비중은 되레 늘었다. 통계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비정규직은 748만1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86만7000명쯤 증가했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36.4%로, 지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당시 통계청은 조사방식이 바뀌어 단순비교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조사방법 변화에 따라 추가로 늘어난 비정규직 35만~50만명을 빼더라도 최소 36만7000명의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계산이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안 좋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팬데믹(범유행)으로 기업들의 정규직 전환이 소극적이다. 최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올해 352개 기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을 고용한 기업 168개사 중 66.1%가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결과 71.2%보다 5.1%포인트(P) 줄어든 것이다.

    해당 조사에서 정규직 전환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은 △단순 반복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35.1%) △업무량이 유동적이라서(26.3%)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위해서(21.1%) △인건비 상승이 부담돼서(19.3%)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 ▲ 공기업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중지 요청.ⓒ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 공기업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중지 요청.ⓒ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