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딜' 이전투구… 제주 측 입장 발표이스타 "셧다운 지시했다" vs 제주 "자체 결정"전문가 "소명 못하면 떠밀리듯 사들이게 될 것"
  • ▲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구조조정 반대 시위 중인 노조원 ⓒ 뉴데일리경제
    ▲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구조조정 반대 시위 중인 노조원 ⓒ 뉴데일리경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양측 간 폭로전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 사태와 구조조정 책임 소재를 두고 벌이는 공방이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지시한 셧다운으로 회사가 더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제주항공은 “셧다운과 구조조정은 이스타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양 측 공방이 격화된 가운데 제주항공은 7일 관련 입장을 발표한다. 입장 발표는 셧다운 지시 여부 등 쟁점에 대한 소명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수 지속 등 거래에 대한 입장은 앞서 이스타에 제시한 선행조건 기일인 15일 이후 밝힐 전망이다.

    두 회사간 갈등은 이석주 전(前) 제주항공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간 통화 내용에서 시작됐다. 녹취록을 공개한 이스타 조종사노조는 “제주항공이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지시하고도 인수를 미루며 책임을 회피 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 최종구 이스타 대표는 셧다운과 체불임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에게 전화했다. 최 대표는 "셧다운은 항공사의 고유 부분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어쨌든 국내선이라도 영업은 해야 하지 않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이 대표는 "지금은 셧다운 하는 것이 예를 들어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맞다"고 답했다. 체불임금에 대한 최 대표 우려에는 "딜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건 저희가 할 것"이라며 "딜 클로징 후 미지급한 것 중 제일 우선순위는 임금"이라고 했다.
  • ▲ 애경그룹 본사 앞 집회를 갖는 이스타 노조원들 ⓒ 연합
    ▲ 애경그룹 본사 앞 집회를 갖는 이스타 노조원들 ⓒ 연합
    제주항공은 곧바로 반박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매수인·매도인은 주식매매계약(SPA)과 협상 내용을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제주항공은 의무 준수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매도인 측에서 계약내용과 진행경과를 왜곡해 자사의 명예를 실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타의 구조조정 계획은 SPA 체결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준비했으며, 제주항공이 이를 요구하거나 강제한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체불임금 건에 대해서도 “딜 클로징 후 빠르게 지급하자는 원론적 내용이며, 이전에 책임진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이번 녹취록이 제주항공에 불리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셧다운 지시 여부에 대해 충분히 소명하지 못할 경우 거래 주도권을 잃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간 제주항공은 체불임금 등 이스타가 가진 800억대 우발채무로 거래에서 우위를 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건으로 셧다운, 구조조정 등 거래 주요사안의 책임이 제주항공으로 옮겨갈 수 있다”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셧다운 지시가 없었다는 점, 지시를 했더라도 현 상황이 운항 중단에 따른 것이 아님을 명확히 설명해야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명이 충분치 않을 경우 인수 이익 등 시장이론을 따진 인수가 아닌 윤리·도의적 책임에 따른 비(非)시장적 거래로 끌려가게 된다”며 “감독기관인 국토부도 이번 건에 관여하기 시작해 제주항공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