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 인조흑연 음극재공장 착공SK-동박, 삼성SDI-하이니켈 등 소재까지 눈독일진-한솔 등 중소 소재업체들도 증설 투자 가속
  • ▲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포스코케미칼
    ▲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포스코케미칼
    전기차가 대세로 부상하면서 배터리 소재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배터리 소재업체가 전기차 배터리 생산 및 성능의 키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 시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약 40%에 달하는 양극재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보고서 '리튬2차전지 양극재 기술 동향 및 시장 전망'을 통해 글로벌 리튬이온 2차전지용 수요량이 지난해 46만t에서 2025년 약 275만t까지 6배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은 배터리만큼이나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의 중요성도 커지면서 대기업들은 물론, 강소 배터리 소재업체들 역시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의 화학 계열사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는 업체로, 배터리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2분기 별도 기준으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철강업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배터리 소재 분야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달 LG화학과 1조8533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5월에는 광양공장 2단계 준공으로 연간 양극재 생산능력이 5000t에서 3만t으로 늘어났다. 구미공장을 포함하면 연 4만t 규모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아울러 최근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 공장도 착공했다. 경북 포항시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에 조성되는 이 공장은 약 2만3000평 부지에 2177억원이 투입돼 건립된다.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연 1만6000t 규모의 공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인조흑연 음극재는 고온에서 결정성을 높여 제조해 천연흑연계를 사용한 제품에 비해 소재구조가 균일하고 안정적인 특징이 있어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는데 보탬이 된다.

    포스코케미칼 측은 "그동안 일본과 중국 등에서 전량을 수입해 왔는데, 소재 국산화의 첫 발을 떼게 됐다"며 "하이니켈 양극재, 천연흑연 음극재에 이어 인조흑연 음극재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2차전지 시장에서 종합소재회사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하이니켈 배터리에 주목하고 있다. 니켈 비중이 커질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전기차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희귀금속인 코발트 함량을 낮춰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최근 미국 CAMX파워(CAMX Power LLC)와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GEMX플랫폼, gLNO·gNMC·gNCA 등 관련 특허를 획득하게 됐다.

    GEMX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양극활 물질 제조 기술에 관한 플랫폼이다. 기존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니켈망간코발트(NMC), 리튬망간산화물(LNO)보다 코발트를 적게 사용하면서 니켈 비중을 높인 gLNO·gNMC·gNCA 제조에 활용된다.

    앞서 하이니켈 양극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에코프로비엠과도 손을 잡았다. 에코프로비엠 60%, 삼성SDI 40%로 합작사를 세우고 포항에 양극재 생산라인을 짓기로 했다. 2022년 1분기 생산이 목표다.
  • ▲ SK넥실리스 정읍공장. ⓒSKC
    ▲ SK넥실리스 정읍공장. ⓒSKC
    SK는 동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동박은 구리를 고도의 공정기술로 얇게 만든 막으로, 음극재에 쓰인다. 얇고 넓고 균일한 표면의 구리 포일을 길게 만드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SK그룹의 투자 지주회사인 SK㈜는 최근 글로벌 1위 동박 제조사 왓슨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4월 27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선 지 약 1년 만이다.

    왓슨의 배터리용 동박 생산능력은 주요 동박 제조사 중 최대 규모인 연 4만t이다. 2025년 14만t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앞서 SK그룹의 화학·소재업체 SKC는 동박 제조사 KCFT 지분 100%를 인수하고 'SK넥실리스'로 사명을 바꿨다. SK넥실리스는 올해 초 4공장 증설을 마치자마자 5공장 건설에 착수하면서 몸집 불리기에 한창이다.

    SK는 왓슨 2대 주주로 투자수익을 도모하고, 국내에서는 배터리·동박업체를 직접 경영하면서 배터리 투자 및 사업을 확대하는 양상이다.

    강소 소재업체들 역시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2차전지용 동박을 생산한 일진머티리얼즈는 말레이시아 일렉포일공장의 증설을 계획보다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원가경쟁력이 높은 말레이시아 공장을 발판삼아 시장 내 입지를 지켜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는 2021년 6월까지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2만t으로 증설하기 위해 3000억원을 투입한다.

    2017년 처음 말레이시아에 1만t 규모의 일렉포일공장을 짓겠다고 밝혔을 때만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10만t까지 늘리기 위해 연 1만t씩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었다. 이번 증설은 기존 전략의 일환이지만, 속도가 계획 이상으로 빠른 것이다.

    이에 앞서 유럽 현지 고객사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6월 헝가리의 일렉포일 슬리팅(후공정) 공장을 1만t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쟁 심화나 주요 고객사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공장의 부재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수익성 높은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동률을 높인다면 시장 입지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솔케미칼의 경우 실리콘계 음극재를 직접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국내에서 포스코케미칼이 유일하게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는데,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는 흑연계 음극재다. 한솔케미칼이 도전하려는 음극재는 실리콘계로, 흑연계보다 전력용량이 크고 더 빠른 충전도 가능하게 만드는 소재다.

    한솔케미칼은 음극재 시장 진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삼성그룹과 손을 잡았다.

    실리콘계 음극재를 삼성SDI가 배터리에 탑재하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한솔케미칼에 실리콘계 음극재의 생산기술을 이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리콘계 음극재의 양산에 이른다면 배터리 소재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기존 2차전지용 점착제와 음극재의 시너지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확실한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