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쿠팡·네이버… '판' 커진 시장"최우선은 경쟁제한 검토"… 공정위 '경제분석' 용역 새 '시장획정' 주목… 점유율 낮춘 G마켓 사례 유사
  • 배달의 민족 M&A 심사가 한창인 가운데 배달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이커머스 공룡 쿠팡에 이어 IT 절대강자인 네이버와 카카오까지 참전하며 판이 커지고 있다.

    배민과 요기요, 배탈통을 합쳐 99% 시장점유율로 '독과점' 족쇄에 묶여있던 배민측은 전체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는 만큼 내심 '시장획정'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여년 전인 지난 2009년 이베이코리아가 G마켓을 인수하면 합산 점유율이 오픈마켓 기준으로 90%가 넘었지만 전체 인터넷 쇼핑에서는 40% 수준이라는 시장획정 논리에 따라 승인을 받았던 것을 염두에 둔 모습이다.

    하지만 쿠팡을 필두로 막강한 자금력과 IT인프라를 갖춘 후발주자들의 공세에 마냥 편하지는 않다.

    최근 쿠팡이츠는 단시간에 배달통을 제치고 업계 3위로 올라 배민측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심사를 진행중인 공정위의 우선 초점은 당연히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과 그에 따른 경쟁제한성 문제다.

    공정위는 '배달앱 사업자 간 기업결합에 대한 경제분석' 연구용역을 한국산업조직학회에 맡겼다. 시장과 경쟁사업자, 소비자 등에 미치는 영향을 경제적으로 분석할 용역의 기한은 10월 말이다.

    대략적인 심사시기 발표 마저 조심스럽다는 공정위는 "단계별로 차근히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독과점에 따른 경쟁제한성 문제를 최우선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DH가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후 지난해 12월30일 접수된 결합승인 신고는 벌써 7개월이 흘렀다.

  • ◇3강 구조 깨져… 쿠팡이츠·위메프오 부상

    1% 싸움으로 여겨졌던 배달앱 후발주자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 3강 구도에서 배달통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쿠팡이츠와 위메프오가 차지했다.

    쿠팡이츠는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기존 계약서에 명시된 주문 수수료 15%를 프로모션 명목으로 1000원에 거래하고 있다. 기본 배달료 5000원에 추가 인센티브를 얹어줘 배달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경기권으로 사업을 확대한다.

    위메프오는 9월부터 '중개수수료 0%'를 선언했다. 입점 점주들이 월 3만8000원의 서버 비용만 내면 매출에 연동한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지자체들이 가세한 공공배달앱도 참전중이다. 경기도와 NHN페이코의 공공배달앱, 서울시가 제로페이와 결합한 제로배달앱도 시장 판도를 흔들 요인이다.

    절대 우위 배민과 DH의 아성이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이다.
  • ◇새로운 '시장획정'… 기업결합 심사 기대

    쿠팡이 쿠리어 유인책으로 고액 인센티브를 내놓자 요기요도 최근 배달원에게 지급하는 평균 수수료를 1건당 6000원에서 8000원으로 인상하는 한시적 프로모션을 내놨다.

    배달의민족은 코로나19로 중단했던 라이더 모집을 최근 재개했다. 1000명 이상을 추가로 뽑아 배달원 부족에 따른 고객과 업주의 불편을 해소하고, 배달 품질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거대 포털들이 배달 사업을 가시화하고 있고, 후발주자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후발주자들의 거친 공세와 결합승인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2중고를 겪고 있는 배민측은 새로운 '시장획정'을 기대하며 하루빨리 M&A가 마무리되길 기대하고 있다.

    시장획정은 분석 대상 재화와 용역의 대체재의 물리적 및 지리적 획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합병심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 신규 경쟁자들이 대거 등장하며 전체 배달 시장의 규모는 이전과 다르게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와 피자헛 등 기존에 자체 배달하는 곳과 전화주문 시장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