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까지 HDC 결단 없으면 계약해제 유력계약 무산에 대한 법적책임 놓고 소송전 불가피HDC와 산은 모두 책임론 대비하며 명분쌓기 총력
  •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뉴데일리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뉴데일리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성사 여부가 다음주 최종 결정된다. 노딜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에서 HDC·산은·금호는 각각 명분쌓기와 플랜B 마련에 분주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무산 위기에 놓인 아시아나 매각이 다음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최종 판단만 남겨뒀지만, 사실상 분위기는 노딜로 굳어지고 있다.

    지난 6일 HDC가 계약 무산의 책임이 금호산업에 있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HDC는 금호산업에 대해 “아시아나에 대한 재실사 필요성과 진정성을 왜곡하고 일방적으로 계약해제만을 주장하고 있다”며 “매도인측의 진의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주간의 재실사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재반박에 나선 것이다.

    이는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에 오는 11일까지 아시아나 인수 의지를 보여달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12일 계약해제가 가능하다고 최후통첩을 했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3일 HDC의 12주간 재실사 요청을 거부했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금호와 산은은 잘못한 것이 없고, 계약 무산의 책임은 모두 HDC현산에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금호산업도 지난달 14일 HDC에 딜 계약을 빨리 마무리해 달라는 내용 증명을 전달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HDC가 진정성 있는 자세로 거래 종결을 위한 절차에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즉, 매도 주체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인 산업은행, 매수 주체인 HDC 모두 노딜 이후를 염두하면서 책임론에 대비하고 있는 것.

    이행보증금(계약금) 2500억원을 놓고 법적 공방은 불가피하고, 계약 무산의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에 따라 소송의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해관계자 모두 책임 전가에 집중하며 주장과 반박, 재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HDC가 가장 예민할 수 밖에 없다. 계약이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말그대로 미운털이 박혀, 향후 차입 등 자금조달에 있어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 인수를 미루거나 포기하려는 것은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크고, 향후 전망도 부정적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금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것이 그만큼 리스크가 크고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다만, 2500억원이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반환받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산은 역시 계약이 무산되면 아시아나를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여서 법적책임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다. 노딜 이후 이른바 아시아나 국유화가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것 자체가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산업은행은 아시아나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나 영구채 주식 전환 등을 고심하고 있다. 아울러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방안도 검토하는 모양새다. 

    금호아시아나도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구조조정을 마무리 하기 위한 큰 그림이 무산되는 타격을 받는다. 그룹의 경영정상화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일각에서는 막판 극적합의를 통해 재실사 기간을 12주보다 짧게 진행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대신에 HDC도 유상증자 추진 등 인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실질적인 액션을 취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데드라인을 나흘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아시아나 매각은 무산된 것으로 보여진다”며 “지금 상황에서 극적 합의가 이뤄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HDC와 산업은행 모두 노딜 이후를 대비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