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 회장, 파격 베팅유상증자 7000억 채권단 부담 등 모두 가능공은 다시 HDC로… 정몽규 회장 즉답 피해
  •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정몽규 HDC 회장 (왼쪽부터) ⓒ 뉴데일리경제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정몽규 HDC 회장 (왼쪽부터) ⓒ 뉴데일리경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파격 지원을 제안했다. 산은이 자금 1조5000억원을 직접 투입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HDC는 당초 인수가 2조5000억원에서 1조원을 깎아 사들이는 효과를 본다.

    이동걸 회장과 정몽규 회장은 26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거래 종결을 위한 최종 담판을 벌였다. 양측 만남은 이번이 세 번째다. 거래 조건 등을 두고 양 측이 오래간 신경전을 이어온 탓에 시장은 이날 만남이 큰 반전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 회장은 정 회장에게 산은 등 채권단과의 공동투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과 HDC가 같은 비율의 현금을 아시아나에 투입하는 개념이다. 채권단은 최대 1조5000억원의 자금을 아시아나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정몽규 HDC 회장 (왼쪽부터) ⓒ 뉴데일리경제
    당초 HDC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구주 30.77%를 사들이고,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방식의 인수를 계획했다. 예정된 유증 규모는 2조1772억원이다.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을 아시아나에 투입해 부채 비율을 줄일 계획이었다.

    이 회장은 이날 HDC의 유증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7000억원 가량을 직접 지원해 HDC 측 유증 비용을 1조 5000억원 대로 내리는 전략이다.

    아시아나에 둔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산은은 매각 직후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현금으로 돌려받을 계획이었지만 이를 수정할 전망이다. 코로나19 등 현 시장 상황이 어려운 것을 고려해서다.

    산업은행은 “(자금 지원 등) 양 측 면담에서 해당 건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면서 “HDC에 협의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 측 추가 자금 지원 등 넓은 차원의 제안이 오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협의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이날 협의에서 정몽규 회장은 수용 여부를 명확히 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HDC가 1조5000억원에 아시아나를 인수할 의지가 있는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시장 회복 시점이 불투명해 인수 부담은 여전하다. 동종업 내 이스타항공 매각의 경우 인수 측 제주항공이 결국 거래를 포기했다.

    HDC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아시아나는 채권단 경영체제로 돌아가게 된다. 산은은 거래 무산에 대비한 플랜B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유한 8000억원 대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후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투입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 경우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