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의 답은 12주 재실사… M&A 무산국영화 유력… 산은 1대 주주로 금호 구주대금 3000억 물거품… 보증금 소송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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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국 무산 수순을 밟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의 회동 후에도 12주간의 재실사를 고수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이미 고꾸라진 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4일 업계에 따르면 HDC는 지난 2일 산은에 “아시아나 인수 건에 대한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선 회동에서 인수 자금 지원 등을 제안한 이동걸 회장은 정몽규 HDC 회장에게 이달 2일까지 관련 회신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업계는 사실상 이번 딜이 무산됐다고 본다. HDC 측 재실사 요청에 금호산업, 산은 등 거래 당사자가 파기 절차에 돌입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진다.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다음주 HDC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할 것으로 알려진다. 관련 일정은 사실상 채권단이 판단한다.가장 난처한 것은 금호산업이다. HDC와 계약한 주식 매각금 3228억원을 당장 회수할 수 없어서다. 이후 산업은행이 직접 진행할 아시아나 재매각 때는 같은 수준의 가격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산은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에 자금을 지원하며 '진행 중인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금호 측 지분을 채권단이 임의 조건으로 매도한다'는 내용의 동반매각요청(Drag-along) 조항을 걸었다.현재 금호가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은 30.7%다. HDC와 계약한 주식 매매가는 3228억원이다. 거래 무산 시 해당 금액을 당장 회수할 수 없게 된다. 매각금을 차입금 상환 등 그룹 재건 밑천으로 활용하려는 계획 차질은 물론, 재매각 때는 산은 측 특별 조항으로 제값을 장담할 수 없다.거래 파기 시 HDC는 이행보증금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HDC는 아시아나 SPA를 체결하며 금호에 계약금 2500억원을 지급했다. 구주를 팔지 못한 금호 측은 보증금 사수를 위해 적극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양 측은 소송에서 파기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HDC는 아시아나 계열사 부당지원과 회계상 부실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금호 측은 HDC가 고의적으로 거래를 미뤄 발생한 손해를 주로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아시아나는 채권단 경영 체제가 불가피해졌다. ‘플랜B’로 언급됐던 산은 직접 경영체제가 유력하다. 산은은 8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후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이 경우 산은은 아시아나 지분 37%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된다. 기안기금은 올 연말까지 필요한 자금 규모를 고려해 2조원 수준으로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산은은 ‘체질 개선’을 아시아나 경영 슬로건으로 내걸 전망이다. 그간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부실한 회계 지표를 정상화하는 작업에 우선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재매각을 고려한 사업·조직 정비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재매각까지는 약 10여 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 작업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앞서 채권단 경영체제를 겪은 대우조선해양은 재매각까지 10여 년이 걸렸다. 코로나19 종식 등 업황 개선 시점도 고려할 사항이다.재매각 시에는 계열사 분리매각 등 전향적인 추진이 예상된다. 그간 산은은 관계사인 에어부산과 자회사 에어서울을 함께 파는 ‘통매각’을 고수했다. 이후에는 수월한 거래를 위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따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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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운영 체제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대우조선과 현대상선은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대표 사례로 꼽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않다.수조원대의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재매각을 추진했지만 오랫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공경영 특성상 적절한 투자, 경영 감시가 제때 이뤄지지 못한 점이 실패 요인이다.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매각 무산 시 채권단도 이번 실패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아시아나는 워크아웃 차원의 강도 높은 체질개선 이후에야 재매각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황 교수는 “다만 채권단이 경영에 깊이 개입하면 항공사 고유 경쟁력을 잃을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면서 “무조건 적인 비용 감축 대신 적절한 투자를 결정하고, 경영권 직접 행사보다는 다수의 항공 전문가를 영입해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