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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 주가가 급락세다. 전날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회동 이후 커진 아시아나항공 인수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27일 오후 2시 현재 HDC현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00원(5.02%) 떨어진 2만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잠재적 리스크로 자리잡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때문이다.
전날 정몽규 회장과 이동걸 회장은 전날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한시간 가량 담판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채권단이 마련한 추가자금 지원방안을 정 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대금을 1조원 가량 낮추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현산이 낼 인수대금은 2조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줄게 된다.
반면 산은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영구채 8000억원과 추가 투자 7000억원을 더해 1조5000억원을 부담하게 된다. 인수위험을 각각 절반씩 나누자는 제안이다.
다만 이 회장의 이번 제안도 정 회장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산의 고민은 가격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산업의 불확실성 자체가 더 크기 때문이다.
당장 인수가를 깎아줘도 항공업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인수 후 부담을 가늠할 수 없어서다. 현산이 무려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한 것 역시 코로나19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시간끌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채권단은 이 회장이 마지막 카드를 제시한 만큼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오는 9월10일 임기 종료 전에 아시아나항공 문제를 마무리짓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HDC현산으로선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위로 그칠 경우 정부·국책은행 등과의 대립이 불가피하고 신뢰부문에 타격을 입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다고 인수할 경우 엄청난 재무적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선 애초부터 부채부담이 큰 매물이던 아시아나항공을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한 것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록 코로나19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개입했다 하더라도 정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매력적인 매물임엔 틀림없지만 인수를 강행했다간 회사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든 HDC현산으로선 책임감·대외신임도 등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