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위 불기소 권고에도 기약없이 결정 미뤄져과거 8차례 일사천리 진행… 지나친 '시간끌기' 지적검찰, 회계 전문가들 불러놓고 보완수사 진행 논란명분 확보 및 권고 수용 위해 '기소유예' 고려해야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불기소 및 수사중단 권고가 내려진지 두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결정이 미뤄지고 있어 논란이다.

    법조계 및 학계에서는 빠르면 이틀에서 늦어도 일주일 안팎에서 결정이 이뤄진 과거 8차례의 수심위 권고 사례와 비교하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 같은 사법 리스크에 더해 신종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까지 짙어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검찰은 수심위 도입 취지인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불기소 및 기소유예 등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 수사와 관련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 결정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26일 대검 수심위에서 압도적인 숫자로 '수사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한지 두 달이 지난 상황이지만 여전히 판단을 보류한 채 논의를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검찰의 중간간부 인사가 결정 지연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무부는 차장·부장검사 등 중간간부 인사를 오는 27일께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과거 8차례의 수심위 권고 사례와 비교하면 검찰의 지나친 '시간끌기'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그간 심의위에서는 출범 첫 해 이뤄진 '기아차 파업 업무방해'를 시작으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서지현 검사 인사보복 사건 ▲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 횡령 사건 ▲제천 화재참사 사건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사건 ▲약사 면허증 위조 사건 ▲울산 경찰 약사 면허증 위조 약사 사건 등을 다뤘다.

    이들 대부분은 검찰 요청으로 소집된 사건이다. 그리고 수심위 측도 검찰 손을 들어줬다. 검찰의 최종 처리도 일사천리였다. 통상 이틀에서 늦어도 일주일 안팎에서 결정이 이뤄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안과 대조하면 유독 엄격한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문제는 검찰의 기소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에서 출발한다. 검찰은 지난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 합병 당시 이재용 부회장 측이 유리하도록 회계 장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의 회사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해 제일모직의 주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했다는 것이다. 

    당시 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0.35 였다. 이 비율은 자본시장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 이전 한달간 각 회사 시가총액의 가중평균값으로 결정됐다.

    숫자만 보면 제일모직에 비해 삼성물산 측이 불리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만약 불리하게 적용됐다면 주총에서 다수의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지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을 것이다. 주총에는 전체 주식의 84.7%가 투표에 참여했고 투표 주식 중 70%가 찬성했다. 

    이는 국내 주주들도 찬성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뻥튀기 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본래 미국식 회계기준 GAAP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시장의 현실을 적시에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제기돼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권고하는 IFRS, 국제회계기준을 택했다. GAAP가 규정 중심이라면 IFRS는 원칙 중심이다. 그 원칙 아래서 회계작성자가 현실을 반영하는 숫자를 적어 넣으면 됐다.

    검찰 논리대로 가치를 뻥튀기했다면 현재 삼성바이오의 가치는 현저히 낮아야 맞다. 하지만 삼성바이오의 시가총액은 53조원까지 치솟으며 삼성물산을 훌쩍 뛰어넘었다. 

    국내 한 대학 교수는 "삼성바이오에서 출발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승계 의혹은 출발부터 잘못 짜여진 틀이었다"며 "다수의 회계 전문가들도 문제없다는 것을 검찰은 시민단체의 의견만 듣고 무리한 논리를 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법원과 시민들이 이재용 부회장에 손을 들어줬다는 점도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나타내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6월 법원은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 사장 등 3명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일반시민들로 구성된 부의위원회는 이 부회장 사안의 수사심의위에서 따져보자며 검찰과 상반된 결론을 내린데 이어 수사심의위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10 대 3의 압도적 표차로 불기소·수사중단 권고를 내렸다. 

    사실상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할 논리나 명분에서 세 번이나 무너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검찰은 회계 관련 전문가들을 부르며 보완수사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삼바 사태에 대해 기소심의위원회가 압도적으로 수사 중단을 결정했는데 삼바 사태가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글을 썼거나 발표했던 교수들을 부르고 있다"며 "들리는 바로는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왜 삼성을 위해 이런 의견을 냈냐는 식의 질문으로 하루 종일 잡아둔다고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법조계 및 재계에서는 검찰의 신뢰 확보 차원에서라도 수심위 권고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1년 8개월간 장기간 수사를 해온 점을 감안하면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기소유예'를 절충안으로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기소유예는 검찰 입장에서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수사팀의 부실수사는 아니라는 명분을 확보하고 수심위 권고도 수용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국내 한 대학교수는 "현 정권들어 이중적인 잣대가 어제 오늘의 일인가"라며 "회계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인데, 내 편이면 맞고 반대 논리면 틀리다는 방식이 이어지고 있어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