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신조선가 모두 떨어져 '이중고'VLCC 운임 2만달러 최저… 신조선가 8700만달러에 그쳐폐선율 상승… 내년부터 신조 수요 늘 듯
  •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VL탱커(초대형원유운반선)ⓒ대우조선해양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VL탱커(초대형원유운반선)ⓒ대우조선해양
    국내 조선업 주력인 원유운반선(VLCC) 시장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회복 조짐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운임과 신조선가 모두 떨어진 상황이지만, 내년부터 폐선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2022년까지 연평균 최대 70척 발주가 예상된다.

    28일 VLCC 운임은 2만달러로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최근 유가의 변동성이 워낙 큰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경기 불확실성 우려가 높아지면서 원유 수요 회복 기대도 주춤하고 있어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VLCC 운임은 19만달러까지 오르면서 한달 사이 약 6배나 상승했다. 이는 유가 하락으로 유조선을 빌려 원유를 저장하려는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덕분인데, 유가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자 다시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이에 운임지수 뿐만 아니라 신조선가도 모두 하락하고 있다. VLCC 가격은 올해 초 9200만달러에서 8700만달러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4월부터 VLCC와 벌커 위주로 빠르게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올해 7월까지 전세계 VLCC 발주량은 4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국내 조선업게는 지난해 발주 가뭄에도 18척의 VLCC를 수주했지만, 올해는 유가 급락에 코로나 상황까지 겹치면서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VLCC는 일반 유조선 대비 선가가 두배 가량 높고, 추가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한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글로벌 기술력을 가졌다고 평가되고 있어 한국의 주력 선종으로 통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량 발주를 예상했지만 수주량이 급감하면서 업계서도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공사손실충당금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선가가 빠르게 하락한다면 공사손실충당금을 다시 쌓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높게 유지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신조선가 자체가 하락해 버린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벌커는 사실 대한민국 조선사가 수주하는 선종이 아니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지만, VLCC의 선가 급락세는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부터 본격적인 발주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 VLCC 폐선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본격적인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업계에선 2022년까지 연평균 70척 발주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저장용 탱커의 수요 감소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저장용 탱커로 사용되는 대부분 선박은 폐선돼야 할 노후 선박인 만큼, 수요 감소가 VLCC 폐선량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VLCC 의 교체 발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지난달까지 누적 VLCC 폐선률은 0%로 30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3월 유가 급락 이후 탱커의 저장용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선복량 대비 저장용 탱커 수요는 2019년 말 기준 약 5% 수준이었으나, 현재 9%로 급등했다.

    배세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VLCC의 본격적인 발주 시점은 내년이 될 것"이라며 "결국 저장용 탱커의 수요 감소가 선행돼야 VLCC의 폐선량 증가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VLCC 의 교체 발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