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율 50%, 할증시 최대 60%로 확대 현실 반영 못한 국고 위주 낡은 제도 손질 목소리OECD 국가중 2위… 선진국 잇따라 폐지 나서중소기업 더 가혹… "가업승계촉진 측면 한계"'부의 대물림' 부정적인 인식의 전환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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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상속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과도한 세금폭탄이라며 불합리한 상속세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부의 대물림을 차단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며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불을 지핀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상속인들이 10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치로 천문학적 상속세인 만큼 단순히 한 기업의 이슈를 넘어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에 재계를 중심으로 과도한 상속세 인하는 물론 폐지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로 규정하고 있다. 1950년 이후 상속 세율이 계속 인하되다가 2000년 세율을 45%에서 50%가 됐고 과세 표준도 50억원 초과에서 30억원 초과로 강화됐다.

    다만 주식의 경우 대기업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면 세율이 60%로 높아진다. 주식평가액에 20%의 할증이 붙기 때문이다. 할증률은 '경영권 프리미엄'에 과세를 위해 지난 1993년 도입됐다. 재계에서 상속세율을 두고 '징벌적 수준'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이유다. 

    상속세율 인하를 반대하는 진영은 '부의 대물림'을 막고 편법 승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공제 혜택 등을 감안하면 실제 납부하는 실효 상속세율은 17% 정도에 불과해 공제제도를 축소하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상속세 인하에 대해 단호하다. 대기업에 대한 국민 정서가 부정적인 상황에서 논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경제를 이끌어가는 재계에서는 여전히 볼멘소리가 나온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국고 위주의 낡은 제도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영속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관점에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기업의 상속에 대해 여러 가지 특혜를 주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강화하며 거꾸로 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수준으로 평균보다 2배 가량 높다. 

    이와 대조적으로 많은 나라들은 일찍이 상속세를 폐지하고 있으며 세율 인하를 추진하는 상황이다. 가장 일찍 폐지한 나라는 캐나다로 1972년에 이뤄졌으며 호주는 1977년에 폐지했다. 1992년에는 뉴질랜드가, 2004년에는 이탈리아·포르투갈·슬로바키아, 2005년에는 스웨덴이 폐지했다.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나라는 71개국에 달한다. 

    무엇보다 회사 경영 과정에서 소득세나 법인세를 내는데도 상속세까지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상속이 되는 유산을 취득할 때 그 재원의 원천은 소득의 저축으로 그 저축에 대해서는 이미 소득세를 부담했다는 논리다. 또한 부를 축적한 사람은 그 부를 소비할 수도 있고 그 부를 증여할 수도 있는 만큼 증여에 대해 소비보다 중과세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단순히 상속세율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부과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캐나다, 호주, 스웨덴 등은 상속세를 폐지한 이후 상속 재산을 다시 처분할 때 그 차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자본이득 과세'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2018년 상속세 공제한도를 1인당 500만달러에서 1000만달러(약 113억원)로 두 배로 올렸다. 지난 2017년에는 상속세 폐지 내용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일본은 가업승계 특례에 고용 유지 요건을 없앴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OECD 24개국 정도가 상속세를 가지고 있는데 13개국은 폐지 추세"라며 "소득재분배를 거론하는데 이중과세 의마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자리 창출, 기업의 영속성 측면에서 상속세 폐지를 깊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기업의 경쟁력이 국가의 존립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사회적 기여와 부의 양극화 완화 대한 냉정한 평가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도 문제지만 중소기업은 더욱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기업은 연 평균 80여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연구원의 김희선 연구위원은 '국내외 가업승계지원제도의 비교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일부 중소기업들이 가업승계 과정에서의 세부담으로 인해 아예 회사를 접거나 외부에 매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국내 중소기업들은 창업세대의 고령화로 다음 세대에 가업을 승계해야하는 중요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 실제 중소기업실태조사자료에 따르면 2018년 중소기업 대표자 평균 연령은 53.5세이고 60세 이상인 기업의 비중은 22.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창업주들은 세 부담으로 한국M&A거래소(KMX)나 사모펀드에 회사매각을 의뢰하거나,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노출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정부는 1997년부터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촉진을 위한 공제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조건이 엄격해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가업상속공제의 혜택을 보려면 상속 전 10년 이상, 상속 후 7년 이상 가업을 유지해야 한는데 10년 미만의 비중이 48%에 달한다. 결국 혜택을 볼 수 있는 중소기업은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김 연구위원은 "현행 상속·증여세제가 가업승계촉진 측면에서의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상속·증여세제의 개선에 대해서 단기적으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문제점이 존재한다"며 "상속세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통해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속세를 두고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바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런 강한 사회인식 때문에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 못해서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우선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불식시키려는 대기업의 노력, 예를 들어 발렌베리재단의 적극적인 사회적 기여같은 공익재단을 통한 사회 환원이 필요하다"며 "제도적으로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과도하지 않은 부담을 지운다면 기업가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는 추세라서 무역, 상속세를 비롯해 법인세 완화하는 경향 보이고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기업 영속성 보존하는 차원에서 상속세를 완화하고 기업 활력을 높여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