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캠프, 개표중단 소송 등 불복 예고경제·학계 "혼란 장기화시 대응시나리오 필요"국내 '당정 갈등' 표출… BH 진화에도 잡음 여전
  • ▲ 바이든 후보(왼쪽)와 트럼프 대통령.ⓒ연합뉴스
    ▲ 바이든 후보(왼쪽)와 트럼프 대통령.ⓒ연합뉴스
    내우외환이다. 밖으로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개표과정에서 막판 진통을 겪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역전당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불복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국 내 혼란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의 혼란은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 속에 세계경제 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안으로는 경제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가 이례적으로 직접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히면서 레임덕을 가속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5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4일(현지 시각) 현재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과반인 270명까지 6명을 남겨놓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보다 50명 적은 214명을 확보했다. 바이든 후보는 개표 초반 밀리던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북부 3개 경합주에서 맹추격해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재선캠프에서 바이든 후보가 역전한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에 대해 개표중단 소송을 내고 위스콘신에서는 재검표를 요구하면서 미국 대선이 종료되기도 전에 최악의 소송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 ▲ 수출.ⓒ연합뉴스
    ▲ 수출.ⓒ연합뉴스
    경제계는 미국 대선 상황이 세계경제에 불확실성과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며 우려한다. 수출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미국 내 혼란이 장기화하면 불똥이 산업계 전반으로 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연 '미국 신정부 출범과 한국에의 시사점' 좌담회에서 패널들은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이번 미 대선은 예년 선거와 달리 사회 분열과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혼란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 기업과 경제계는 시나리오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폴 공 객원 선임연구원은 "어느 때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대선"이라며 "앞으로 혼란이 상당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어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위상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계에서도 미국 대선 결과를 두고 불복 사태가 벌어지면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주당이 통상정책에 있어선 보호무역 색채를 띠었던 만큼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유의미한 차이는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바이든 후보가 다자협상주의라서 세계 통상환경 측면에선 유리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성 교수는 "누군가 선거결과에 불복하는 상황이 오면 분명히 좋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세계금융위기 이후 신흥개발국이 합세한 G20(주요 20개국)을 정상 간 회의로 격상하고 상설화하면서 글로벌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있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그런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 사태에서도 미국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았고 우왕좌왕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미국이 국제무역 질서 안정화에 도움을 줘야 하는데 미국의 현 상황은 불안감만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의존도가 65%로 높고, 미·중 무역 갈등 사이에 끼어 난처한 처지의 한국으로선 미국 내 혼란 가중이 그저 남의 일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 ▲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 대선 상황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의 보고를 받는다. 문 대통령은 개표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동시에 대선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대통령이 결정된다면 새 미국 행정부와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 당국도 이날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 대선 리스크에 대해 논의했다. 김 차관은 일단 "미국의 완화적 통화·재정정책이 큰 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 ▲ 홍남기 부총리.ⓒ연합뉴스
    ▲ 홍남기 부총리.ⓒ연합뉴스
    미국 대선 리스크가 외부 악재라면 내부적으로는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당정 간 불협화음이 논란거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근 논란이 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표 제출과 관련해 "앞으로 경제회복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해 (홍 부총리의) 사표를 반려하고 재신임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홍 부총리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재신임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번 사안이 당정 간 갈등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진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홍 부총리는 지난 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사직서를 즉시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홍 부총리가 국회에서 직접 사의 표명 사실을 언급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홍 부총리는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인사권자의 뜻에 맞춰 부총리로서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그동안 곪았던 게 터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여당의 확장적 재정운용을 위한 적자부채 발행 등 각종 경제정책 현안을 두고 소신 발언을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에 막혀왔다. 정치 논리가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간판만 경제 컨트롤타워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일단 문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서며 홍 부총리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는 연출됐다. 하지만 내년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정 간 불협화음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견해도 없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