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적 VIP 등급 제공 서비스, 실적 악화되자 15년만에 폐지2006년부터 롯데카드,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프로모션 남발15년 넘게 이어온 ‘영구 VIP’ 종료에 소비자들 불만도
  • 실적악화 앞에서는 소비자와의 약속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롯데컬처웍스가 운영하는 롯데시네마에서 ‘영구 VIP’ 제도를 폐지한다. ‘영구 VIP’는 영구적인 VIP 등급을 약속하는 회원제의 한 등급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영구적’이지 못한 형태로 사라질 운명이 됐다.

    10일 롯데컬처웍스는 최근 고객 안내 메일을 통해 ‘영구 VIP’ 서비스의 종료를 안내했다. 종료 일정은 오는 2021년 1월 4일이다. 기존에 제공되던 VIP 기본등급의 혜택도 일체 종료되고 L.포인트 적립률 5%의 서비스도 일반의 0.5%로 변경된다. 일반등급으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롯데시네마의 맴버십은 플레티넘, 골드, VVIP, VIP 등 4개 단계로 운영돼 왔다. 각 단계의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전년도 기준 26만~4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써야만 한다. 

    그만큼 혜택도 적지 않다. 가장 낮은 VIP등급은 연간 영화관람권 6매와 4000원 할인권 1매를 제공하고 팝콘, 음료, 콤보할인권 등을 각 1매씩 제공한다. 이 외에도 기념일 혜택이나 시사회 초대, 5% 적립금 등의 혜택도 제공된다.

    그런 의미에서 ‘영구 VIP’는 롯데시네마에서 고민거리 중 하나인 회원제였다는 평가다. ‘영구 VIP’는 전년 이용실적이 없더라도 지속적으로 VIP등급을 영구적으로 제공하는 등급이다. VIP등급의 최소 실적이 26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문제는 롯데시네마가 이를 남용하듯 제공했다는 점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시네마는 2006년 롯데카드와 제휴를 맺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영구 VIP’ 등급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신용카드를 만들면 롯데시네마 ‘영구 VIP’에 가입시키는 방식이다.

    심지어 당시 롯데시네마는 대종상영화제, MBC영화대상 심사위원 등 행사 참여자들에게도 영구 VIP를 앞다퉈 제공했다. 해당 행사에서 일반인 심사위원만 1000명에 달했을 정도이니 그 규모는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롯데시네마가 계산하지 않은 것은 영화관람료의 수준이다. 2006년 당시 6000원 안팎에 불과했던 영화관람료는 오늘날 최고 1만3000원까지(CGV 주말기준) 인상됐다. ‘영구 VIP’ 회원에게 제공하는 혜택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 맴버십 자체가 영구적이다 보니 관련 손실은 앞으로도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 가능성이 없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멀티플렉스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된 현재에는 적잖은 부담이 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컬처웍스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12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 한 상황. 같은 기간 매출도 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5% 감소했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당시 프로모션으로 발급된 카드 유효기간이 대부분 만료됐고 사용도 저조해서 폐지를 결정하게 됐다”며 “우리도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진행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고객의 상실감은 적지 않다. ‘영구 VIP’라는 단어가 그런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해서 제공되리라는 확신을 줬던 맴버십 상품이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폐지되는 처지에 놓인 탓이다. 

    물론 이 과정에는 어떠한 소통도 없었다. ‘영구 VIP’ 종료 안내문에는 소비자가 이 서비스 종료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회원탈퇴를 요구할 수 있고 탈퇴하지 않을 경우에는 동의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안내가 적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