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단협 협상 놓고 공회전 거듭코로나19 여파와 부분 파업으로 경영 정상화 멀어져생산마저 불안정… 노조 스스로 철수설 불 지펴
  • ▲ 한국지엠 경남 창원공장 ⓒ한국지엠
    ▲ 한국지엠 경남 창원공장 ⓒ한국지엠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놓고 한국지엠 노사가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철수설’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코로나19(우한폐렴) 여파에 따른 판매 위축과 반복되는 노사 갈등에 경영 정상화가 멀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잠정 합의안 마련과 찬반 투표 등 일정을 고려할 때 연내 타결을 위해서는 사실상 다음주 후반이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동조합(노조)은 지난 10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열고 오는 13일까지 사흘간 부분 파업을 결의했다. 부분 파업은 하루 4시간씩 벌인다. 이와 함께 지난달 23일부터 이어오고 있는 잔업 및 특근 거부를 이어가기로 했다.

    사측은 계속되는 부분 파업에 인천 부평공장에 대한 투자를 보류하고 계획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임단협 협상을 둘러싼 노사의 '강 대 강' 대치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노사 갈등 장기화에 매년 반복되는 철수설도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사 관계가 삐걱거리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배정 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제2의 군산공장 폐쇄 사태’가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 9월 업계 고위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 GM 본사의 시각에서 한국지엠 노조의 행동은 용납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노조가 전면적인 투쟁을 예고하고 어깃장을 놓고 나서면서 경영 정상화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노조의 쟁의행위로 발생한 생산 손실은 1만2000대를 넘어섰다.

    특히 노조 스스로 철수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판매 절벽 속에 생산마저 불안정한 노사 관계에 발목이 잡히면 경쟁이 어렵고, 미국 GM 본사는 자연스레 사업 축소 등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

    한국지엠은 지난 1~10월 국내외 시장에서 30만352대를 팔았다. 지난해 동기(33만9292대)보다 11.5% 줄어든 규모다. 지난 상반기(1~6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생산 손실은 약 6만대에 달한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과 성과급 2000만원 이상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협상 주기를 2년으로 늘리고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내년 월 2만2000원 올리자고 제안했다.

    업계는 한국지엠 노사가 늦어도 다음주 중에는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잠정 합의안 마련과 찬반 투표, 조인식 등을 감안하면 일종의 ‘데드라인’인 셈이다.

    이와 함께 매년 하는 임단협 및 임금 협상을 2년 주기로 하되 기본급, 성과급을 나눠 적용하는 방안과 관련해 검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단협 협상이 해를 넘기면 경영 상황이 악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파업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며 “냉정한 인내이자 호소이고 대화와 투쟁을 병행하는 것은 상호존중으로 공장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협력업체는 절박하게 임단협 타결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지엠 부품업체 모임인 협신회는 “다수가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해 있다”며 “임단협 협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이 취약한 곳은 부도 등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된다”라고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