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도 부산 공장 1교대넘쳐나는 재고… "일감이 없다"냉랭한 노사관계 임단협 놓고 더 싸늘
  •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르노삼성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르노삼성
    사상 최악의 생산·판매 절벽에 직면한 르노삼성자동차가 부산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재고가 쌓이고 수출 물량마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섰지만 가뜩이나 냉랭했던 노사 관계는 진전이 없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위한 협상이 재개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11월에 이어 12월에도 부산 공장을 주간 근무만 운영한다. 야간 근무는 하지 않는다. 한시적인 1교대제다. 같은달 11일, 23일, 24일, 31일은 아예 공장을 돌리지 않기로 했다.

    회사 측은 “현재 주간 근무로 공급이 충분한 상황”이라며 “이에 부산 공장을 1교대로 운영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이 근무 시간을 반으로 줄인 것은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조정 탓이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7141대를 팔았다. 지난해 동월(8401대) 대비 15.0% 줄어든 규모다. 

    최근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XM3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시원찮은데다, 실적의 허리를 담당하는 SM6와 QM6 판매가 부진한 결과다.

    같은 기간 수출은 392대로 93.9%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일본 닛산의 로그 수탁생산이 종료되면서 일감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지난 1~10월 국내외 시장에서는 9만9077대를 팔았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14만4736대)보다 31.6% 뒷걸음질 친 것이다. 이러한 충격에 지난 9월 25일부터 24일간 부산 공장 조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르노삼성은 가까스로 지난 9월 프랑스 르노 본사로부터 XM3(현지명 뉴 아르카나)의 유럽 수출 물량을 따냈지만, 추가 확보 여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서 어느 정도 팔리는지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노동조합(노조)이다. 르노삼성 노사는 올해 임단협 협상을 두고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7월 시작된 뒤 두 달 만에 사실상 협상이 중지된 상태다.

    노조는 그 사이 르노삼성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강성으로 평가받는 박종규 현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했고, 파업권을 확보했다. 새 집행부는 지난주 워크숍을 갖고 다음날인 1일 임기에 들어간다.

    만약 이번에도 노조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면 미래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중국 등 해외 시장의 부진도 더해져 생존 위기에 내몰릴 게 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한국에서 생산됐다는 이유만으로 비싼 차를 구매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사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 노사가 협상을 하루빨리 재개해야 한다”며 “2018년부터 파업과 직장 부분 폐쇄, 노조 간 갈등으로 얼룩졌던 노사 관계를 이제라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