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차·국민차' 잊어달라 묵직하고 단단한 주행 감각… 튕겨 나가는 가속 '발군'N라인만의 특화 사양 적용, 가격은 다소 부담
  • ▲ ‘쏘나타 N라인’ ⓒ현대자동차
    ▲ ‘쏘나타 N라인’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간판인 쏘나타가 더 강해져 돌아왔다. 무려 최고 출력 290마력에 달하는 심장(엔진)을 품고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아빠차, 국민차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대신 묵직하고 단단한 주행 감각이 극대화 됐다. 지금껏 없던 국산 중형 세단이 탄생했다.

    지난달 24일 강원 인제스피디움에서 현대차가 연 ‘쏘나타 N라인’ 시승 행사에 참여했다. 러버콘(고깔 모양의 교통안전 시설물) 사이를 지그재그로 피하는 ‘슬라럼’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게 달리는 ‘제로백’, 서킷 주행 등을 경험했다.

    쏘나타 N라인을 본 순간 먼저 눈에 확 들어온 것은 뚜렷하게 박힌 영문 알파벳 ‘N’이었다. 마치 용의 비늘을 꿰어놓은 것처럼 보이는 라디에이터 그릴, 날렵하게 다듬고 매만진 공기 흡입구, 4개의 배기구와 맞닿아 ‘잘 달리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실내는 차분했다. 두툼한 운전대와 옆 부분이 돌출돼 허리를 감싸는 버킷 좌석, 곳곳에 덧댄 스웨이드, 나파 가죽이 돋보였다. 빨갛게 굵은 바느질로 마감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먼저 몸을 풀기 위해 제로백을 시험해봤다. 차체 자세 제어장치를 끄고 가속 및 감속 페달을 두 발로 꾹 밟았다. 엔진 회전수(rpm)가 솟구치더니 왼발을 떼자마자 잡아당긴 고무줄을 놓은 것처럼 튕겨 나갔다. 제원 상 시속 100㎞까지 6.5초 만에 도달하는데 체감 정도는 수치보다 더 짧았다.

    직접 몰아본 쏘나타 N라인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반전’이었다. 모두가 타는 보통의 존재가 아니었다. 특히 2004년 9월 출시된 쏘나타(NF) F24S가 성능을 강화하는 출발점이자 서툰 흉내를 내기 정도로 끝났다면 이번에는 방점을 찍었다. 당시 쏘나타 F24S는 최고 출력이 166마력에 그쳤는데, 10여 년 사이 300마력을 바라보게 됐다.
  • ▲ ‘쏘나타 N라인’ ⓒ현대자동차
    ▲ ‘쏘나타 N라인’ ⓒ현대자동차
    쏘나타 N라인의 진면목은 서킷에서 드러났다. 2014년 5월1일 개장한 인제스피디움은 총 길이 3.908㎞, 19개 코너(좌측 8개·우측 11개)로 구성됐다. 노면 간 최대 42m가량 높이 차이가 있어 어려운 수준의 서킷으로 꼽힌다.

    서킷을 내달리는 동안 쏘나타 N라인은 잘 달리고 잘 서는 기본기에 탄탄한 몸(섀시)을 뽐냈다. 바깥쪽에서 코너로 최대한 붙은 뒤 다시 바깥쪽으로 빠져나갈 때 몸놀림도 좋았다. 노면을 꽉 움켜쥐고 있는 힘껏 버텼다. 흡사 독일 스포츠 세단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직선 구간에선 시속 190㎞까지 속도를 높였다. 뒤에서 누군가 밀어주는 것처럼 쭉 나가는 ‘N 파워 시프트’, 경쾌한 소리를 살리는 ‘액티브 사운드’가 발군이었다. 습식 8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는 ‘레브 메칭’ 기능과 맞물려 단수를 민첩하고 정확하게 바꿔 물었다. 이전보다 시프트 업 다운은 빠르고 범위가 대폭 늘었다.

    이 밖에 성인 4명이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실내 공간은 가족까지 챙겨야 하는 중형 세단으로 균형을 잘 맞췄다. 무릎 및 다리를 놓는 공간을 보면 현대차의 강점이 잘 들어난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았다. 웬만한 옵션(선택 사양)을 넣으면 판매 가격이 3883만원(빌트인 캠·보조배터리 제외)에 달한다. 쏘나타라는 이름값만으로 비싼 감이 있다.

    여느 스포츠 세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갈 길이 남았다. 마니아가 아니라면 도로 위 쏘나타 N라인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차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새로운 쏘나타, 쏘나타 N라인을 소비자가 인식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 ▲ ‘쏘나타 N라인’ ⓒ현대자동차
    ▲ ‘쏘나타 N라인’ ⓒ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