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장악3법'이 비쟁점 법안?민주당 입법독주 수수방관공수처법만 올인… 그마저도 저지 실패
  • 기업장악3법(공정경제3법,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이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코로나19에 근근히 버티던 경제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말의 희망을 쥐고 있던 재계는 침통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경제적 영향분석 등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졸속 입법함으로써 향후 우리 경제와 기업 경영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틀만에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는 졸속 처리를 취재하면서 놀랐던 점은 입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보다 야당인 국민의힘을 비토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는 점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 등 경제3법은 몇년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논란"이라며 "민주당은 수년간 이 법안을 주도했지만 국민의힘은 수년간 이 법안을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9일 국회에서 대치한 여야의 머릿 속엔 기업장악3법에 대한 논의는 안중에도 없었다. 정치적 대립이 극심한 법안 상정에 혈투를 벌였다. 국민의힘은 애당초 공수처법, 남북관계발전법, 국정원법 3가지 안건에 대해서만 필리버스터를 하기로 전략을 짰다. 민생에 직결되는 기업장악 3법은 비쟁점 법안으로 치부하고 표결에 응해 통과시켰다. 오히려 일부 완화된 개정안에 여당 입법을 지원했던 정의당이 "X아치 합의"라며 반발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이 그토록 저지에 힘을 쏟은 공수처법도 결국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두자릿수 의석을 겨우 유지하는 야당이 무력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무력한 것보다 무능하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문재인정부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정책을 번번히 실패하고 집값 대란, 전세값 폭등을 일으켰지만 야당은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 국토위 등 알짜 상임위원장 자리도 다 내주고 '아몰랑' 전략만 고수했을 뿐이다. 국채만 잔뜩 찍어내는 558조가 넘는 내년 예산안 합의도 야당이 앞장서서 협의해줬다.

    기업들이 아우성 치는 경제3법도 마찬가지다. 해외 투기자본에 우리 기업이 노출돼 경영권 분쟁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정치인은 없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정치하는 사람이 기업 말 들어서 무슨 일을 하겠나"고 했다. 경제3법이 상정된 정무위, 환노위, 법사위 등을 취재해봐도 법안이 시사하는 점이 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은 흔치 않았다.

    의견은 엇갈릴 수 있고 주장은 서로 대립할 수 있다. 경제계의 주장이 마냥 옳다고 얘기할 수만은 없다. 오랫동안 굳어져온 그룹 경영방식이나 내부거래 등 꼼수는 일견 개선한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야당의 정치적 전략은 너무나 일천했다. 정치는 세력 싸움이다. 적의 적은 반드시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 승리할 수 있다. 최소한 재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에는 나섰어야 한다는 얘기다.

    공수처법이라는 독재에 홀로 맞서는 투사(鬪士)의 이미지를 그리겠지만, 부동산 대란에 지친 서민들과 기업장악 3법에 뒤통수 맞은 기업들은 오히려 야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 상법일부개정법률안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통과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상법일부개정법률안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통과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