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제철이 안동일 사장 원톱 체제가 됐다. 지난 15일 실시된 현대차그룹 인사에서 김용환 부회장이 퇴진했다.
주요 계열사 CEO들이 바뀐 가운데 2018년 정의선 회장이 직접 영입한 안동일 사장은 자리를 지켰다.
정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안 사장에게 더 큰 책임감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수소사업과 함께 사업 구조조정, 더 나아가 고로개수까지 추진해달라는 미션이다.
다시한번 두터운 신임을 받은 안 사장은 본격적인 자기색깔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3년차에 걸맞는 성과를 내야한다. 그룹 미래사업인 수소사업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강관 등 사업재편도 병행해야 한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노조와의 임단협도 해결과제다.
나아가 본업인 철강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로 개수도 남아있다.
이같은 사정을 잘아는 안동일 사장은 내년 현대제철 체질 개선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수소사업에 발 맞춰 가는 것이 핵심과제다.
현대제철은 지난 10월 수소사업을 미래 신성장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수소 생산‧유통시설 확대 구축 ▲주요 사업장 FCEV 도입 및 수송차량 확대 적용 ▲수소를 활용한 친환경 연료전지발전 시스템 구축이란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사업재편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단조사업 부문을 분할하고, 전기로 박판공장과 컬러강판 라인을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내년 또한 강관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정리하고, 자동차강판 등 강점이 있는 분야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안 사장은 2021년 사업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올해 코로나 사태에 따른 시황 악화 등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내년부터는 사업조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임단협도 풀어내야 한다. 노조는 임금동결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측과 대립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마무리가 어렵단 점에서 내년 초 해결해야 할 우선 순위가 됐다.
고로 개수는 최대 숙제다. 2030년까지 천천히 진행하겠다 밝힌 만큼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다만 지난 2016년과 같이 고로 고장으로 쇳물 생산이 멈추는 사태가 발생하면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9년 8월 고로개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고로 개수를 준비 중이다. 현대제철에서 고로 개수를 경험한 임직원이 없단 점에서 설비 전문가인 안동일 사장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일각에선 정의선 회장이 포스코 출신인 안 사장을 직접 영입한 최대 이유 중 하나가 고로 개수라고도 분석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내년부터 수소 및 수소 금속분리판 사업을 통해 신성장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체질개선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말했다.